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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머신

오래 고민하던 끝에 에스프레소 머신을 샀다. 코비드가 터지기 전, 매일같이 출퇴근을 할 때에는 연구실에 비치된 에스프레소 머신을 애용했는데, 코비드로 수업과 연구가 모두 온라인과 재택으로 바뀐 뒤로는 집에서 셀프로 만들어먹어야 했다. 홀푸드나 퍼블릭스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Chameleon Cold Brew [각주:1]나, 아마존에서 Wandering Bear Cold Brew [각주:2]를 10박스씩 쟁여놓고 마시곤 했는데, 커피 소비량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금액이 감당이 안될 지경이었다. 하루에 커피를 최소 7-8잔 정도 마시는데[각주:3], 최근 몇 달간 먹은 원액 가격만 하더라도 머신 한대를 뽑고도 남을 것 같았다. 

 

하루는,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쟁여둔 커피가 모두 동이 나 있었다. 하필 시간도 저녁이라, '내일 낮에 사러가야지' 생각했는데, 하필 다음날부터 하루종일 주룩주룩 비가 멈추질 않았다. 결국 카페인을 섭취하지 못한 채로 삼일째가 되던 날, 진통제를 먹어도 사라지지 않는 지끈지끈한 두통이 찾아왔다. 밖은 비가 계속 내리고 있고, 머리는 아프고, 결국 같은 건물에 사는 언니에게 부탁해 커피를 한 병 받아왔다. 이 전까지는 막연히 커피머신을 사고싶다고 생각만 하던 차에, "아 도저히 안되겠다. 진짜 사야겠다" 하고 결심을 내린 날이었다.

 

커피머신 구매를 결심한 뒤로부터는 거의 일주일을 넘도록 온갖 커피머신들을 검색하고 알아보기 시작했다. 뭘 하나 사도 대충 사질 못하고 꼭 세세하게 다 조사해봐야 하는 습관은 대학원의 부작용일까. 일단 난 항상 아메리카노만 마시니까 우유 기능이 들어간 제품들은 고려하지 않았다. 

 

[캡슐 머신]

- 장점: 머신이 저렴하다. 캡슐머신 중 가장 평이 좋은 네스프레소로 사더라도 300불 대에서 구매할 수 있다. 관리가 쉽다. 

- 단점: 캡슐가격이 만만치 않다. 에스프레소의 퀄리티가 높지 않다. 원두의 선택이 출시된 캡슐 종류에만 제한된다. 

 

[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

- 장점: 멋있게 생겼다. 바리스타가 된 기분을 낼 수 있다. 에스프레소의 퀄리티가 높다. 다양한 원두를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

- 단점: 관리가 매우 귀찮다. 한 번 쓸때마다 세척을 해 줘야 한다. 비싸다.(대략 300-500불 대)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

- 장점: 매우 간편하다. 그냥 자판기처럼 버튼만 누르면 원두 분쇄부터 에스프레소 추출, 세척까지 한 번에 끝난다. 따로 관리할 것도 거의 없다. 에스프레소의 퀄리티가 높고 다양한 원두를 선택할 수 있다.

- 단점: 매우 비싸다. (799불 ~ ????)

 

결국 고민을 거듭한 끝에... 반자동과 전자동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반자동은 다들 관리와 세척의 번거로움으로 결국 안쓰고 어딘가에 모셔둔다는 얘기가 많아서 전자동으로 마음이 좀 더 기울었다. 그렇지만 전자동 머신은 죄다 800불부터 시작이라 도저히 선뜻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이 아니었다. 그렇게 며칠을 내내 아마존을 들락거렸는데, 어느 날 갑자기 warehouse deal 이 올라와서 굉장히 저렴한 가격에, 그것도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중에서도 제일 퀄리티가 높은 브랜드의 머신을 들여오게 되었다.. 

 

 

 

바로 커피머신계의 에르메스!! Jura !!!

 

 

이러니 저러니 잔뜩 합리화를 했지만 어쨌든 박살난 경제관념으로 미친 소비를 해 버렸다. 그래도 막상 받고 나니 생각보다도 훨씬 좋고 커피도 맛있고 너무 만족한다. 그냥 고민하지 말고 진작 살 걸 그랬다. 아메리카노를 뽑으면 크레마가 저렇게나 많이 나온다. 

 

 


 

 

할로윈

미국의 할로윈에 대한 로망이라던지, 기대가 참 많았는데, 작년에는 아쉽게도 할로윈 기간에 캐나다 학회에 참석하는 바람에 아틀란타의 할로윈을 보지 못했다. 올해는 기필코 할로윈을 느껴보겠다..! 다짐했지만 하필 또 코비드가 터지는 바람에 올해도 망한 것 같다. 내가 막연히 생각했던 아틀란타의 할로윈은 크리스마스처럼 화려하게 장식된 미국 스케일의 데코레이션이다. 그런데 현지에서 살다보니, 오히려 소소하게 여기저기에서 발견하는 할로윈 데코레이션들을 찾는 게 할로윈의 재미가 아닌가 싶다.

 

 

기숙사 곳곳에서 이런 장식들을 찾아다니는 재미가 있었다. 기숙사에서 주최하는 Murder mystery 라는 추리게임에도 참여했다. 일주일동안 기숙사 이곳 저곳에 숨겨진 단서들을 찾고 취합해서 살인범을 밝혀내는 게임이었는데 집에만 틀어박혀 있던 일상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이벤트였다.

 

심지어 할로윈 당일에는 연구실의 사람들과 함께 소소하게나마 모여서 맛있는 것도 먹었고, 풍선이랑 거미줄, 거미 같은 장식용품들로 집도 할로윈 스타일로 열심히 꾸미고 나름 단란하게 할로윈 파티를 하기도 했다. 

 

 


 

선거

미국에서 맞은 첫 대선이었다. 대선 일주일 전쯤 부터는 미국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관심이 엄청났던 것 같다. 뉴스, 유튜브, 하다못해 친구들과 있는 단톡방까지도 트럼프vs바이든 중 누가 될 지 예측하는 주제가 종종 올라오곤 했다. 현지에 있다 보니, 내가 그 논란의 중심인 미국 대륙에 있다는 것이 새삼 생소하기도 했고, 주변에서 "현지 분위기는 어때?" 하는 질문을 들을때면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하나 참 난감하기도 했다. 워낙 큰 나라고, 주마다, 주 안에서도 도시마다, 지지하는 방향이 극과 극으로 달라지기도 했고.. 무엇보다 난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어서 어차피 뉴스로 보는 정보가 전부였다. 한 가지 신기했던 건, 우리나라에서는 지지하는 후보나 정당을 서로 잘 밝히지 않고, 정치 얘기는 가까운 사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가급적 피해야 하는 주제였다면, 미국에서는 다들 본인이 지지하는 후보를 드러내는 것에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심지어 대문 앞에 지지하는 후보의 팻말이나 카드를 붙여놓는 집들도 있었고, 트럼프 모자라던지.. 그런걸 쓰고 다니는 사람도 종종 보았다.

 

사진만 보면 둘 다 악당 같다

대선 당일부터 며칠간은 친구들이랑 만날때마다 바이든이니 트럼프니 하는 주제가 대화를 주도했다. 내가 살고있는 도시는 바이든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서, 바이든 당선이 확실시 되던날은 온 도시가 축제 분위기였다. 도시의 가장 번화가 [각주:4] 에는 온통 자동차들이 빼곡히 서서, 경적을 울려대고, 선루프 위로 몸을 내민채 깃발을 흔들고 환호를 하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다들 몰려나와 바이든의 당선을 축하하는데, 미국의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가 새삼 신기했다. 

 

 

 


 

삼성 최고

삼성전자에서 주최하는 채용/직무 설명 세미나에 들어갔다가, 갤럭시 탭 S7+ 를 경품으로 받아왔다... 

 

경품 추첨이 있다고 하더니, 정작 추첨이 아니라 퀴즈를 내고 먼저 맞추는 사람에게 경품을 주는 방식으로 총 다섯문제를 진행했었다. [각주:5] 지금껏 갈고 닦은 N년차 테크충의 지식을 보여줄 때인가..!! 하고 야심차게 시작했는데, 문제는 답을 알아도 타자가 느려서 경품을 타기가 쉽지 않았다. 다들 어쩜 그렇게 답을 빨리 치는지... 그렇게 1, 2번 문제를 놓쳤는데 다행히 3번 문제가 높은 난이도로 출제되어서 다들 오답행진을 하고 있을 때 내가 경품을 낚아채 왔다. 심지어 경품도 더 좋은 갤럭시탭!! 최근에 유튜버들이 리뷰를 많이 해서 관심있게 보던 제품인데 이게 내 손에 들어오다니ㅜㅜ 무려 100만원이나 되는 비싼 경품이다. 하지만 난  아이패드가 이미 있으므로... 중고로 잘 팔아서 앞으로의 소비에 잘 보태 쓰겠습니다. 사랑해요 삼성!! 

 

 

 

 

두서 없이 모은 최근 근황 끝~

  1. 카멜레온 커피 [본문으로]
  2. 곰커피 [본문으로]
  3. 줄여야한다.. [본문으로]
  4. 내가 살고있는 곳 [본문으로]
  5. 삼엽충테스트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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