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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박사 진학 후 첫 논문이 나왔다.

 

시스템은 아무래도 CS의 다른 분야보다 논문 나오는 주기가 좀 더 긴 편이라고는 하지만, 4년차에 나온 첫 논문이라니. 생각보다 많이 늦어진 감이 있다. 1년차가 끝날무렵 코로나가 전세계를 잠식하면서, 2년 넘게 자택근무를 했는데 아무래도 그 때 시간이나 멘탈 관리가 좀 힘들었다. 오래 끌었던 주제인 만큼 애정도 크지만 드디어 털어버릴 수 있어서 너무 속시원하다.

 

이번 OSDI 는 샌디에고에서 했다.

마침 나는 메타에서 비지팅리서처를 하고 있어서, 같은 캘리포니아에서 학회가 있었던 셈이다.

메타에서 일하는 중에 학회참석을 하려면 연차를 내야하나..고민했는데, 다행히 매니저가 일주일 걱정 없이 (연차도 없이!) 학회에 집중해서 다녀오라고 배려해줬다.

 


학회

학회에 갔으니 학회 얘기 먼저.

 

이번 학회는 OSDI 랑 ATC 를 조인트로 같이 개최했다. 하나씩 할 때보다 아무래도 사람도 더 많고 규모도 커져서 북적북적한 건 좋은데, 일정이 동시에 진행되다 보니 아무래도 OSDI 쪽에 사람이 몰리고 ATC 쪽은 상대적으로 한적했다. 내가 ATC 발표자였으면 좀 억울했을 것 같다.

 

박사과정에 진학하고 참석한 첫 학회는 2019 SOSP 였는데, 그 땐 정말 그냥 이제 막 대학원에 입학한 1년차 햇병아리로 모든게 신기하고 논문에서만 보던 유명한 사람들을 보는것만으로도 신기했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참석한 학회에선 드디어 처음으로 직접 무대에 올라 발표를 했는데, 온라인에 영상이 박제된다는 걸 생각하니 부담스럽기도 하고... 혹시라도 실수하지는 않을까, 곤란한 질문이 나오지는 않을까 정말 걱정이 한 가득이었다. 차라리 첫날에 발표를 하면 빨리 끝내고 남은 학회를 즐기기라도 했을텐데, 하필 발표도 마지막 날이었던 데다가, 라이브로 데모까지 하기로 되어있어서 혹독한 첫 발표가 아니었나 싶다..

 

본 발표는 마지막날이었지만, 첫날 저녁에 포스터 세션이 있었는데, 저녁 banquet 과 함께 발표자들이 양쪽에 포스터를 쭉 세워놓고 각자 포스터 앞에 서서 사람이 오면 설명을 해 주는 방식이었다. 내 유일한 포스터 발표 경험은 제주도에서 했던 국내학회였기 때문에.. 아무도 관심을 안 줄까봐 걱정되고, 그럼 적당히 저녁 먹으면서 여유롭게 진행되려나 싶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사람이 진짜 정말 많이 왔다. 한시간으로 예정되어있었지만 정말 세 시간 내내 30초도 쉬지 못하고 계속 포스터를 소개해주고 질문을 받고 디스커션을 했던 것 같다. 중간에 겨우 물 한잔 마시러 정수기에 후다닥 다녀왔다. 그런데 이게 정말.. 꽤 짜릿한 기분이었다. 3년간 그렇게 일희일비 하면서 슬럼프도 겪고 우울해하며 고생했는데, 이걸 정말 사람들이 관심있게 봐준다는게 그렇게 재밌는 기분인 줄 처음 알았다. 대답하지 못하는 질문이 생길까봐 걱정했지만, 다행히 대부분의 질문들은 이미 명확한 답이 있는 문제거나, 내가 이미 여러번 고민하고 토론해보았던 문제들이었다. 간혹 새로운 방향으로 대화가 진행될 때가 있더라도, 공격을 한다는 느낌보다는 정말 함께 대화를 한다는 느낌이라 그 자체로도 굉장히 즐거웠던 것 같다.

 

포스터 세션을 1일차에 먼저 하고 나니 본 발표에 대한 걱정 중 (아주) 일부를 덜 수 있었던 것 같다. 대본 없이 진행된 3시간 동안의 양방향 대화도 문제 없이 잘 마무리했으니, 이미 수도 없이 연습한 발표는 큰 문제없이 끝낼 수 있을거라고 계속 스스로 세뇌시키듯이 생각했다.

 

다행히 발표는 무사히 잘 마쳤고, 라이브 데모에 대한 반응도 좋았고, '발표 잘하던데요?' 하는 칭찬도 많이 들었다.

내리막길만 있는 것 같던 지난 3년간의 고생이 순식간에 롤러코스터처럼 치솟는 기분이었는데, 다들 이 맛에 연구하나 싶었다.

 

코로나 이후로 오랜만에 열린 학회인 만큼, 사람들도 정말 많이 왔고 아는 얼굴도 꽤 많이 보였다. 여러 교수님들, 친구들, 학부 선후배들, 유학생 친구들을 오랜만에, 혹은 새롭게 만났는데 난 아주 소셜한 사람이 아닌데도 꽤 즐거운 경험이었다. 

 

 


샌디에고 여행

메인은 학회긴 하지만, 앞뒤로 하루씩 샌디에고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마침 근처에 UCSD 대학 캠퍼스가 있길래 유명하다는 도서관 건물에 가봤다. 

굳이 안을 들어가진 않았고... 밖에 서서 외관만 훑어봤는데, 막상 후기를 쓰며 지금 사진을 보니 건물보다 저 구름한점없이 새파란 하늘이 더 인상적이다. 샌디에고 날씨는 진짜 최고였다.

 

바다사자가 많기로 유명한 라호야 해변.

무려 4년 전에 학회로 왔을때도 왔었는데, 정확히 같은 코스를 그대로 돌고 있다ㅋㅋ

 

평소엔 당연히 이왕이면 안 가본 곳을 가보는 편인데 이번엔 왠지 갔던 곳들을 그대로 다시 가보고 싶었다.

2018년 초 한참 미국 유학을 꿈꾸면서 불안해하던 그 때의 내가 서 있었던 곳에, 박사과정 4년차가 되어 돌아오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 때의 나는 GRE 공부와 논문준비, 졸업 준비, 유학준비를 모두 병행하면서 하루하루 버텨내는 일상을 살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딱 일주일, 학회라는 좋은 구실로 오게 된 샌디에고는 정말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던 것 같다. 

라호야 해변의 노을을 보면서 내가 정말 미국 유학을 올 수 있을까 생각하며 끝없이 가라 앉는 마음이었었던 기억이 난다.

 

그땐 정말 모든게 불안했고, 그렇기에 지금 생각해보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열정적이었는데, 지금은 뭔가.. 좀 더 잔잔해진 기분이다.

 

 

 

뜬금없지만 라호야 해변에서 관종 물개도 만났다.

이 친구.. 정말 엄청난 관종이었다.

사람들이 전부 몰려들어서 동그랗게 에워싸고 사진을 찍는데, 그 가운데에 서서 당당하게 포즈까지 취한다. 

 

라호야 해변에 뷰 좋은 식당에서 서핑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여유도 부렸다.

 

샌디에고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있는 Veterans Memorial, 참전 용사들을 기리는 곳이다. 

학회 출장을 가는 동안 렌트카를 빌렸는데, 평소에 차 없는 뚜벅이로 살다가 차가 생기니 너무 신났다.

내가 가고싶은 곳은 우버비 걱정 안하고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게 이렇게 행복한 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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