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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건너 소문만 들어보았던 GHC를 드디어 가보았습니다!

 

1st Oct - 5th Oct

 

0. GHC 가 뭐에요?

GHC 는 Grace Hoper Celebration 의 약자로, 매년 개최되는 엄청난 규모의 컨퍼런스입니다.

https://ghc.anitab.org

 

Grace Hopper Celebration - AnitaB.org

Missed the Keynotes? Watch the recordings of the GHC 19 Keynotes Learn more

ghc.anitab.org

" Grace Hopper Celebration is the world's largest gathering of women technologists. "

 

정확히 어디까지를 대상으로 하고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컴퓨터와 관련된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 직장인들과 관련 전공을 전공하고 있는 여학생들 정도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CS만 한정하는 것도 아니고, 학부생에서 대학원생, 직장인, 교수님들까지 다양한 위치의 여성 컴퓨터공학자들이 모이는 장소입니다. 올해는 대략 25,000명이 참여했다고 들었어요.

 

사람이 저어어어엉말 많아요

 

 

1.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

제게 처음으로 기회가 왔던 건, 2월에 WTM Scholars 를 대상으로 온 신청링크 였습니다. 

그런데 당시 대학원 결과가 채 발표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하루하루 엄청나게 괴로운 멘탈을 부여잡고 살던 기간이라 메일을 대충 읽고 넘겨버려서, 기회를 놓쳐버렸어요. 

 

그 후 그냥 쭉 잊고 살다가, 대학원에 입학하고 며칠 안되어서 학교 행정실의 메일을 통해서 '우리 학교 대표로 GHC 참여할사람?' 하는 모집링크를 받았습니다. 마침 개강직후라 아직 과제도 없고 널널하던 차라 SOP와 PS에 고심해서 적었던 문장들을 잘 버무려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입학한지 이제 겨우 1주일 된 내가 과연 조지아텍의 원어민들을 영어자소서로 이길 수 있을까... 하고 반신반의하며 넣었는데 한참 후 합격메일을 받았어요! 아무래도 WTM 경험들이라던지, 학생회 활동들, 각종 멘토링 등등 PS를 작성할 때 써먹었던 몇가지 좋은 글감들을 잘 활용한게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메일을 통해 신청한 게 8월 19일이었고(개강 첫날), 합격 연락을 받은게 9월 3일, 플로리다로 떠난 게 10월 1일이었으니 타임라인은 정말 정신없이 훅훅 진행되었습니다.

 

 

2. 참가 비용은요?

저는 대학의 College of Computing 의 대표단으로 선발되어 참여를 하였기 때문에 관련 비용은 전부 지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애틀랜타에서 플로리다 올랜도까지의 왕복 교통[각주:1], 호텔 4박5일, 모든 식비, 행사 참여 티켓 이 지원목록에 들어있었어요.

 

구글 WTM 스칼라들이나 구글 인턴 중인 여학생들이 구글에서 스폰을 받아서 참여하기도 했는데 그쪽은 왕복비행기표, 행사티켓, 5일간 사용할수있는 소액의 식비를 지원받았다고 들었습니다.

구글 뿐 아니라,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등 다양한 회사들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Grace Hopper Celebration Travel Grant 를 제공하고 있고, GHC 자체에서도 엄청난 규모의 travel grant를 제공하고 있으니, 참여하고 싶다면 이 키워드로 검색해가며 여기저기 신청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물론 자비로도 참여가 가능합니다. 

GHC에서는 여러 행사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3일간 열리는 엄청난 규모의 잡페어가 학생들에겐 당연 메인입니다. 

2만5천명이나 참여했다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취직을 위한 일종의 투자라고 생각하는 현지 대학생들이나 인도에서 원정온 여학생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미국의 살인적 물가에 제대로 외식을 해본게 몇 번 안되는데.. 제 돈이 아니라 저녁마다 소고기를 썰어볼 수 있었구요.

 

 

이렇게 사치스러운 아침식사를 먹기도 했습니다.

 

 

3. 후기

이동

 

아침부터 엄청나게 큰 관광버스를 타고 9시간의 대장정을 시작했습니다. 지도엔 6시간 반으로 나오지만.. 중간에 휴게소도 들리고 점심도 먹고 하다보니 총 9시간이 걸렸네요. 버스 중간 중간 설치되어있는 스크린의 개수만 보아도 버스 규모가 엄청나다는 걸 알수 있는데, 한국에서 이만한 버스는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맨 뒤에는 화장실칸까지 설치되어있는 진짜 큰 버스를 타고 애틀랜타를 떠났습니다. 

 

대략 5일간 학교를 떠나있어야 하기 때문에 과제들을 전날에 몰아서 빡세게 다 끝내고 출발하려다 보니 전날 한숨도 못자고 밤을 꼬박 새고 출발하게 되었어요. 덕분에 버스에서 진짜 제대로 꿀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휴게소에서 내리면서 보니 다른 학생들은 그 흔들리는 버스안에서 콘센트를 다 연결하고 맥북을 펴서 가는 내내 과제하고 공부하는 걸 보았는데... 학부생들이 다들 공부를 진짜 열심히 하는가보다 하고 새삼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첫날은 저녁 늦게 호텔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호텔을 좀 둘러본 후 저녁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3성급이라 화려하진 않았지만 밤 운치가 좋았던 수영장

 

 

Keynote

둘째날부터 제대로 된 일정이 시작되었는데요.

우선 아침 7시부터 Travelers 라는 회사에서 우리학교 학생들과 North Eastern University 학생들을 호텔로 초청해 private breakfast 를 열어주었습니다. 핵쩌는 뷔페를 생각하고 아침 6시부터 일어나 출발했는데, 생각보다 아침식사의 퀄리티가 실망스러워서 사진한장 안찍었네요.

선물로 받은 예쁜 스테인레스 꽃무늬 보온컵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침을 먹은 후에는 컨퍼런스 장으로 이동해서 첫 Keynote 를 들었습니다.

사실 제가 생각하던 키노트라는 건... 그냥 조그마한 강의실에서 한 명이 강연을 하는 그런 규모였기 때문에, 그닥 재미가 없을 것 같아 참가할 의지가 없었는데 컨퍼런스장에 도착하자마자 어마어마하게 긴 키노트 입장줄이 있는 걸 보고 저도 그냥 홀리듯 줄을 섰습니다.

그리고 입장해보니.. 와 키노트는 정말 엄청난 규모였습니다.

 

조명도 멋지고, 규모도 엄청나고... 엄청난 카메라들과 객석들에 압도당해서 강연을 다 알아듣진 못해도 앉아만 있어도 꽤 재미있었어요.

 

더 앉아있고 싶었지만, 아침 11시부터 잡페어가 오픈하는데 IBM 에서 선착순으로 퀀텀컴퓨팅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에게 private party 초대장을 준다고 하길래 중간에 슬쩍 빠져나와 잡페어 장으로 이동했습니다. 

 

 

Career Fair

사실 이제 막 대학원에 입학한 1년차 새내기라, 아직 취직은 너무 먼 이야기이고 인턴 기회 정도를 목표로 할 수 있었는데, 어차피 Research Intern 으로 들어가는 건 아직 가능성이 별로 없고, 내년 여름기간의 Engineering Intern 을 노려야 했습니다. 그런데 어차피 인턴보다는 연구가 더 우선시되어야 하기도 하고, 귀한 여름방학을 인턴 다녀오는데 쓰면 그만큼 연구할 시간을 뺏기는 것이기 때문에.. 인턴도 꼭 해야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하면 좋고 안되면 말고... 하는 정도의 느낌이라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둘러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참여 기업의 리스트도, 규모도 엄청나서 또 한번 미국의 스케일에 놀란 이벤트였습니다. 

모든 기업을 다 사진에 담을 수도 없었지만, 사진첩에 남은 회사들만 보아도 인텔,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디즈니, 애플.. 등등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아는 기업들의 대규모 부스부터, 닌텐도, 트위치 등등 비교적 작은 사이즈 부스들까지 정말 엄청나게 많은(거의 이름을 댈 수 있는 모든 회사들이) 잡페어에 참여했습니다.

 

저 부스들에 가면 SWAG 라고 불리는 기업 로고가 박혀있는 기념품을 받을수도 있고, 직원들과 자유롭게 수다를 떨 수도 있고, 회사에 대해 궁금한 걸 질문하고, 심지어 서류면접까지 즉석에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구글은 이렇게 5줄이나 되는 (그래도 엄청나게 긴) 대규모 채용상담 부스가 있었는데, 다들 손에 자기 레쥬메를 딱딱한 포트폴리오 파일에 받쳐들고 차례를 기다리다가 상담을 하면서 레쥬메를 보여주고 대화를 하며 즉석에서 서류심사가 이루어집니다. 구글은 질의응답만 받고 즉석 채용부스는 없었지만, 페이스북 같은 경우는 서류를 본 후 경쟁력이 있는 지원자는 곧바로 부스 뒤쪽으로 따로 데려가 테크인터뷰를 볼 수 있도록 되어있었어요. 보통 짧아도 한달 이상 걸리게 되는 서류-면접-코딩테스트의 프로세스를 즉석에서 끝내버릴 수 있는 굉장히 매력적인 기회들이 많았습니다.

 

 

구글 부스는 정말 예뻤으니까 사진을 더 넣어볼래요. :) 구글의 살아있는 전설, 제프딘도 직접 왔었어요!

 

 

 

도저히 하루에 다 둘러볼 수 없을 정도로 큰 규모라, 며칠에 걸쳐서 잡페어 부스들을 돌아보았습니다.

전투적으로 채용기회를 노리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저와 친구의 주 목적은.. SWAG를 파밍과 포토부스에서 인스타용 사진찍기 정도였던 것 같아요.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볼 수 있어서 더욱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Private Party #1 (IBM)

잡페어를 둘러보다 보면, 부스에서 상담을 하다가 private party 초대장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같은 경우는 채용상담 도중에 경쟁력있는 후보에게 초대장을 주는 것 같았고, IBM 은 퀀텀컴퓨팅 문제를 해결하는 참여자들에게 선착순으로 티켓을 나누어주었습니다. 구글은 구글 인턴/WTM scholars 를 대상으로 파티를 열었고요.

 

그 중 제가 참여한 IBM 의 파티는 무려 올랜도 유니버셜스테디오의 Wizarding World of Harry Potter 를 밤 9시-12시까지 통째로 빌려서, 초대장이 있는 학생들만 입장할 수 있도록 준비해 준 파티였습니다. 

 

아무도 없는 파크를 지나 딱 저 기차를 마주하면서 '와... 이건 진짜 미쳤어...' 하는 생각이 들던 그 순간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심지어 호그스미드 전체에 엄청나게 고급진 출장 뷔페 케이터링과 출장 바텐더들이 깔려있고, 중간중간 스탠딩 테이블들이 있어서 음식과 술을 마시면서 IBM 직원들을 비롯해 여러 사람들과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었구요. 치즈 랍스터 구이, 스테이크 꼬치 같은 맛있는 음식들이 너무 많았는데 심지어 다 먹어볼 수도 없을 정도로 방대하게 뷔페를 깔아두어서 아 여기가 바로 천국이 아닌가 하는 기분을 맛보았던 것 같습니다..  심지어 그 비싸기로 유명한 버터맥주도, 프로즌맥주도 전부 다 공짜! 

 

이름만 대면 무제한으로 공짜 칵테일을 척척 만들어주는 감동서비스

 

디저트도 빠질 수 없지

배를 채웠으면 텅 빈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얼른 돌아다녀야 합니다. 시간이 세시간밖에 없었거든요.

 

 

마을과 기념품샵을 가볍게 구경해주었다면, 다음은 역시 놀이기구!!

 

 

IBM 이 통째로 빌렸다는 건, 곧 놀이기구를 타는데 대기시간이 전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건 정말 미쳤어요.

끝없이 구불구불 이어져있는 울타리를 뛰어 들어가면서, 불과 몇시간 전까지만 해도 여기에 꽉 차서 5시간씩 대기를 하고 있었을 사람들을 떠올리는 건 정말 짜릿했습니다.

 

모든 놀이기구들을 저렇게 뛰어들어가서 1분의 대기도 없이 바로바로 탔는데, 과연 우리가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해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함께 다들 그 순간 너무너무 행복해했어요.

 

 

 

Private Party #2 (Intel)

요즘하고 있는 연구분야가 인텔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얘기를 하러 갔다가 인턴상담을 하고 저녁에 있을 private reception 초대장을 받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플로리다에 있는 4박 5일중 GHC 가 있었던 3일의 밤 모두 각각 이런 특별한 party 들에 참여할 수 있었네요. 덕분에 매일 밤을 화려하게 불태우고, 애틀랜타로 돌아오는 날 몸살 감기를 얻어왔습니다. 

 

 

역시 초청된 파티엔 항상 맛있는 게 있는 법! 

사실 가서 크게 한 건 없고, 그냥 맛있는 거 먹고... 인텔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하루치 영어 에너지를 다 쓴 걸 직감하고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다들 정말 액티브하게 네트워킹을 하는데, 제게 영어의 장벽은 여전히 높고 견고했습니다... 

 

고오급진 기념품

 

 

GHC Night Dance Party

마지막 밤을 장식했던 대규모 댄스파티!

사실 이 때 이미 제 컨디션은 최악을 달리고 있었고...몸살 기운이 슬금슬금 올라오고 있어서 정말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그래도 이 기회를 그냥 놓치기엔 너무 아깝단 생각에 아픈 몸을 이끌고 댄스파티에 참여했어요. 무식하게 용감하면 몸이 고생한다는 게 이런걸지..

 

 

이 곳이 클럽이 아니라, 컨퍼런스 장의 그냥 큰 홀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화려하고 둠칫둠칫 너무 재밌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전부 여자라는 게 정말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어요ㅋㅋㅋㅋ세상에 이런 클럽이 어딨겠어요..

덕분에 정말 건전함 100퍼센트 + 춤과노래의 환상콜라보 로 너무 재밌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방방 뛰어다녔습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지옥의 몸살감기가 시작되었습니다ㅜㅜ)

 

 

학교에서 제공받은 너무 귀하고 감사한 기회였고, 이번 GHC를 통해 반가운 얼굴들을 다시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타지에서 생활하면서 한국 친구들이 정말 그리워지는데, 이런 곳에서 만나니 더 특별한 기분이었어요.

 

This is SWAG !!!

물론 기념품도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장바구니만 거의 10개는 될 거 같은데.. 두껍고 튼튼해서 월마트나 홀푸드마켓에 장보러 갈 때 유용하게 잘 쓰고 있어요. 

 

아쉬웠던 점은 세계 다양한 나라의 학생들이 참여하는데 비해, 한국인 여학생은 정말 극소수였습니다. 

여러 기회들을 통해 참여할 수 있는 경로들이 열려있는 만큼 매년 더 많은 한국인 여학생들을 이곳에서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

  1. 당연히 비행기로 갈 줄 알았는데 버스 9시간을 타고 갔습니다 으악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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