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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인턴은 약 10주정도 진행했던 거라 따로 비자가 필요없었지만, 이번 방문은 무려 7-8개월정도로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비자를 발급받아야 했다. 미국 비자는 종류도 다양하고 신청 절차도 복잡했던 기억이 나는데 [각주:1] 스위스 비자는 상대적으로 과정도 훨씬 스무스했고 발급비용도 공짜였다.

 

EPFL로부터 Acceptance Letter 가 나온것이 3월 마지막 주였고, 스위스 입국이 예정된 것이 5월 둘째주였는데, 코로나때문에 미국이 High risk country 로 묶이는 바람에 미국에서 스위스로 바로 입국하는것에 여러 제약이 많은 상황이었다. 특히, high risk country에서 입국할 경우 자가격리가 필수였는데, 숙소도 없고 정착도 못 한 상태에서 도착하자마자 타지에서 홀로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막막했다. 그러던 중 다행히 한국은 High risk country 에 속하지 않는 예외국가라는 것을 알게되었고, 이렇게 된 이상 미국에서 한국을 잠깐 거쳤다가 스위스로 입국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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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몇 가지 이유가 더 있는데, 

1) 5월 10일이 기숙사 퇴사날짜라 그 이후로는 미국에서 지낼곳이 없어 그 전에 스위스로 출발을 해야했는데, 5월 7일이 논문 마감날이었고 기말고사 기간도 겹쳐있었다. 단순히 기숙사만 퇴사하고 스위스로 뿅 날아가면 되는 것이 아니라, 약 1년간 미국을 떠나있어야 해서 미국에서의 살림살이와 짐들을 전부 정리하고 각종 행정절차들도 알아봐야 했다. 논문마감+기말고사+미국살림정리+스위스입국및정착준비 가 모두 한 주에 몰려있는 끔찍한 스케줄의 지옥이었기 때문에 한국을 미리 들어가버려서 미국살림은 3월 마지막주에 일찌감치 정치해버리고, 논문이 끝난 후 그 다음주나 다다음주쯤에 스위스로 여유있게 입국해 저 일들을 분배하는 게 일정 상 훨씬 수월할 것 같았다.

 

2) 미국에서 스위스로 바로 날아가면 짐을 싸기도 참 애매해진다. 적어도 22년 1월까지는 한국을 못 들어갈테고, 한국을 들어가더라도 스위스에서 가게 될 텐데, 미국에서 한국으로 가져가고 싶은 물건들이 꽤 있었다. 그렇다고 그걸 스위스까지 들고가자니, 꼭 필요한 것만 들고가기도 부족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미국->한국, 한국->스위스로 일정을 나누는 것이 미국의 살림을 정리하기도, 스위스 정착을 위한 짐을 챙겨가기도 적당할 거라고 생각했다. 특히 스위스는 물가가 어마어마하게 비싸다보니 다이소도 한번 싹 쓸어가고 싶고, 한식도 가능한 많이 챙겨가고싶었고.

 

3) 미국에서의 오랜 자택근무로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있었다. 정말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정신건강이었는데, 스위스에 가면 악화되면 되었지 더 나아질 것 같진 않았기 때문에 그 전에 한국에서 가능한 멘탈 치유를 좀 하고 가야할 필요가 간절했다. 

 

구구절절.. 

 

이러다 보니 문제는 비자 신청과 수령인데, 한국에 3월 마지막주에 입국하고나서 2주 자가격리를 마치고 4월 중순에 바로 신청을 한다하더라도 발급과 수령까지 한달은 걸린다는 얘기가 많아서 5월 둘째주까지 비자를 받기가 너무 촉박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한국에 있는 스위스 대사관(이하, 주한 스위스대사관) 은 우편접수는 전혀 하지 않고 직접 방문을 해야했기 때문에 다른 대안조차 없었다. 

반대로, 아틀란타에 있는 스위스 대사관(이하, 주미 스위스대사관)은 코로나로 인해 우편접수만 받고 대면접수는 받지 않는 상태였다. 그래서 낸 묘안이, 미국을 뜨기 전에 주미 스위스 대사관에서 신청을 하고, 한국에서 자가격리가 끝난 후에 주한 스위스 대사관에서 수령을 하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신청하든 한국에서 신청하든 어차피 발급은 스위스에서 해주는건데,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주한 스위스 대사관에 전화로 이 방법이 가능한지 물어보았고, 가능하다는 확인을 받았다. 야호!

 

 


Step 1) 미국에서 스위스비자 신청하기

미국은 비자 종류도 다양하지만 스위스는 National Visa Type D 이거 하나만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 신청할 때와 미국에서 신청할 때 요구하는 서류가 미묘하게 조금 다르다. 미국에서 신청할 때 필요한 서류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eda.admin.ch/countries/usa/en/home/visa/entry-ch/more-90-days/documents-national.html

 

Which documents should I submit with a national visa application?

 

www.eda.admin.ch

학생 비자는 위에 있는 서류들을 모두 준비해서, 트래킹 옵션이 달린 우편으로 주미 스위스 대사관에 보내면 신청 끝! 좀 더 디테일하게 설명을 달아보자면,

 

1. 어플리케이션 양식

마찬가지로 사이트에서 찾을 수 있다. 총 세장이고, 칸에 맞춰서 적기만 하면 된다. 사진은 직접 인화한걸 풀로 붙여야하는지 파일을 잘 맞춰 넣으면 되는지 고민하다가 그냥 네모안에 사진을 붙여넣고 한번에 칼라프린트로 인쇄했는데 문제 없이 잘 접수되었다. 혹 칸을 채우다가 헷갈리는 부분이 있다면 아래 사진을 참고. 주한 스위스 대사관에 방문했을때 데스크에 놓여있던 한글 번역본을 찍어왔다. 

 

어플리케이션 양식 한글 안내. 누르면 커집니다.
좀 더 자세한 영문안내

 

2. 사진 4장

예상 외의 복병이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올 때 증명사진이랑 비자사진을 예비용으로 몇 장 가져오기는 했는데, 스위스 비자에서 요구하는 크기조건과 맞지 않았다. 스위스 비자에는 아래 링크에 나와있는 것처럼, 가로 35-40mm 의 증명사진인데 어깨선 위까지 얼굴을 꽉차게 확대해서 얼굴이 사진의 70-80% 를 차지해야 하는 규정이 있다. 보통 우리가 한국에서 찍는 증명사진은 이보단 좀 더 멀리서 찍기 때문에 사용할 수가 없었다. 

 

ec.europa.eu/home-affairs/sites/default/files/what-we-do/policies/borders-and-visas/visa-policy/docs/icao_photograph_guidelines_en.pdf

이렇게 얼빡샷이 필요합니다

 

다행히 한국에서 비자사진을 찍고 받았던 사진 파일이 있어서 이걸 조건에 맞게 잘 편집해 인화를 하면 될 것 같았다. 주변에서 사진 인화를 할 수 있는 곳을 찾다보니 몇 CVS 지점에 CVS Photo 부스가 있어서 온라인으로 미리 파일을 신청하고 몇시간 후 당일에 바로 방문수령을 할 수 있었다. 딱 맞는 크기(가로 35-40mm) 의 사진 4장을 얻기 위해서 인화 되었을 때의 가로 세로 크기를 비율로 잘 계산해가면서 바둑판 모양으로 배열을 해서 이미지파일을 새로 만들고 4*6 으로 인화신청을 했다. 가격은 매우 저렴!

 

사진 한 장 프린트에 400원. 나쁘지않다

 

이런식으로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편집해서 신청했다

 

3-4. 여권 비자 i-20 복사본 각 두 개씩

이 서류들은 미국에서 유학중에는 수시로 등장하기 때문에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다.

 

 

5. Registration letter

EPFL 측에서 보내 준 Admission Letter 와 invitation letter 를 각 두장씩 프린트했다. 

 

6. Tuition Fee 증명 2장

따로 Tuition fee 를 내지 않는 프로그램이었는데, EPFL 에서 제공해주는 아래 양식을 출력해 제출했다. 

 

www.epfl.ch/education/studies/en/rules-and-procedures/study-taxes/invoicing/

 

Semester invoicing

 

 

www.epfl.ch

 

7. 수입증명

Visiting doctoral student 로서 받는 월급이 적혀있는 Admission letter 와 invitation letter 가 있지만 혹시 몰라서 bank acccount 도 두 장 같이 프린트해서 넣었다. 

 

 

8. 졸업장 2부

학부 영문 졸업장과 현재 대학원 재학증명서를 각각 2부씩 프린트했다.

 

9-10. CV 와 Motivation Letter

왜 달라고 하는건지 모르겠지만 CV는 어차피 이미 만들어둔게 있으니 그대로 프린트해버렸고, Motivation letter 는 이전에 Summer@EPFL 에 참여할 때 냈던 걸 대충 슥슥 수정해서 보냈다. 열심히 공들이진 않았고 반 페이지(3-4문단)쯤 30분정도 들여서 대충 그럴듯하게 썼다. 

 

 

이렇게 서류 준비가 다 끝났다면 Fedex 나 UPS 에서 tracking 을 할 수 있는 옵션으로 발송하면 된다. 

 

 

 


Step 2) 한국에서 수령

주미 스위스대사관 측으로 서류 발송을 하고 나서, 2주쯤 후에 한국에 도착한 후 주한 스위스대사관에 처리결과를 전화로 문의했다. 이름과 생년월일을 말해주니 다행히 이미 승인이 났다고 수령하러 방문만 하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다만, 수령을 하기 위해서는 주미 스위스 대사관에서 주한 스위스 대사관으로 서류를 transfer 해줘야 한다고 그 쪽에 transfer 요청을 먼저 해야 한다고 했다. 

 

주미 스위스 대사관은 비자관련 전화문의를 받지 않고 있으므로 메일로 이를 요청했고 하루만에 답을 받았다. 

 

transfer 요청

 

회신

스위스... 따뜻해... 

미국 행정에서 한동안 느껴보지 못한 신속함과 따뜻함이었다. 마지막 저 한문장을 보는 순간 3년 전 스위스에서 겪었던 생활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데, 친절과는 거리가 먼 미국 행정과 대조되면서 이번 여정이 조금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이제 transfer 도 끝났으니 주한 대사관에 받으러 가기만 하면 된다!

 

주한스위스대사관에 상황을 다시 전화로 설명하고 비자를 수령하기 위해서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를 물어보았는데, 주미 스위스 대사관측에서 서류들을 다 업로드를 해줬기 때문에 추가 서류는 아무것도 가져올 필요가 없고, 여권만 가지고 오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방문해서 여권을 확인한 후에 일주일 정도 걸린 후에 비자를 수령할 수 있다고 했는데, 대사관에 두 번 방문하기가 너무 번거로울 것 같아서 여권을 맡겨두고 등기로 받기로 했다. 

 

대사관에 이렇게 안내문도 붙어있었다

입구부터 비장한 대사관에 도착한 후, 벨을 누르고 비자관련 업무를 하러 왔다고 하면 문을 열어주신다. 들어갔을 때 나 말고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여권 확인하고 현금 5천원을 드린후에 영수증 받고 여권을 맡기고 나오는데 5분정도밖에 안걸렸다. 허무할 정도로 초간단.

 

스위스 비자신청하는 블로그 글은 검색만 하면 쉽게 나오지만, 나는 여러모로 특수상황이었다 보니 (미국에서 신청을 한것도 모자라서, 신청지와 수령지가 다름) 정리해 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로서 내 여권은 미국 비자에 이어 스위스 비자까지 장착완료! 

 

 

Buy Me A Coffee

  1. 게다가 비싸기까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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