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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에 도착한 게 5월 25일이었는데, 벌써 6월이 다 끝나버렸다. 

아직 로잔 밖을 떠나보지도, 거주허가증을 발급받지도, 계좌를 열지도 못한 상태라 한 달이나 지났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다시 시작한 요리

매번 불평하지만, 스위스 요리는 정말 별로다. 비싸고, 양도 적고, 맛도 없다. 죄다 채식주의자 메뉴만 가득하다. 

그래서 생존과 삶의 질을 위해, 미국에서 갈고 닦은 요리실력을 스위스에서 다시 꺼내는 중이다.

 

유럽식이지만 고기고기

 

위에 있는거랑 같은 고기. 이번에는 좀 더 건강하게 사이드가 샐러드

 

 

그리고 나도 이유는 모르겠는데, 갑자기 어제부터 마라탕이 진짜 미친듯이 땡겨서... 결국 오늘 마라탕을 직접 만드는 데 성공했다.

집 근처에 있는 아시안마켓(이지만 중국식재료가 90%) 에서 마라소스를 사고, 청경채랑 숙주, 버섯, 중국당면, 소고기 샤브, 피쉬볼을 넣었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저 거대한 동그란 게 피쉬볼이다. 

 

 

마라탕을 직접 만들어보는 건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성공적이었다. 이거 하나로 점심 저녁 다 해결가능하고, 남은 국물에 재료만 계속 추가해 넣으면 이틀내내 먹을 수 있다. 매우 경제적..! 처음엔 뭔가 좀 맛이 부족한 느낌이었는데, 땅콩소스를 넣으니 바로 해결됐다. 마라탕에 들어가는 그 고소한 땅콩소스를 구할 수가 없어서 인터넷 찾아보니 그냥 땅콩버터를 넣어도 된다길래(!) 반신반의하면서 풀어넣었는데 진짜로 확 맛있어졌다. 

 

 

 


Laderach 초콜렛 최고야

스위스엔 워낙 유명한 초콜렛 브랜드가 많다. 대표적으로 린트(Lindt) 초콜렛, 까이에(Cailler), 토블론(Toblerone) 이 마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브랜드. Laderach 는 주로 백화점에 들어가있는 초콜렛샵인데 입구부터 고오오급지게 생겼다. 

 

 

 

이렇게 거대한 판 초콜렛이 잔뜩 쌓여있고, 원하는 크기를 대충 말하면 직원이 뚝뚝 부러뜨려서 포장해준다.

그리고 무게를 달아서 사가는 방식. 처음에는 어떤 게 맛있을 지 감이 안잡혀서 일단 골고루 조금씩 들어있는 맛보기세트를 사왔다. 

 

 

 

이렇게 총 10가지 종류의 초콜렛이 들어있는데, 어... 3만원이었나? ㅎㅎㅎㅎㅎㅎㅎㅎ 드럽게 비싸지만 이건 어차피 사치품이라 가성비를 따질수없다.. 

 

평소 초콜렛을 그렇게 즐기거나 자주 먹진 않고, 오히려 먹고나면 그 끈적하게 단 맛이 싫어서 잘 못먹는 편이었는데 이 초콜렛은 너무 맛있어서.. 저 10조각을 거의 일주일만에 다 먹어버렸다. 조금씩 잘라먹다보면 멈출수없음... ㅜㅜㅜ

 

 

 

그리고 그 중에 제일 맛있었던거 세 개를 훨씬 큰 조각으로 더 사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무지성 소비ㅋㅋㅋㅋㅠㅠㅠㅠ 이 세조각도 거의 3만원 나왔다... 근데 이정도 크기면 2주는 먹지 않을까..? 어차피 한국에서도 카페에서 음료랑 케이크랑 시켜서 한두번 먹으면 3만원 금방쓰니까 이 정도면 합리적....ㅜㅜㅜ

 

 

 


프라이탁 가방 겟

스위스 브랜드가 뭐가 있을까 찾아보니 등장한 가방 브랜드. 마침 요즘 한국에서도 프라이탁이 유행을 타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 스위스에 왔을때는 흠... 쓰레기로 만든 가방 드럽게 비싸네... 싶어서 관심도 안가졌는데, 이번에는 이게 자꾸 보다보니 예뻐보인다. 왜지??

 

프라이탁 가방은 트럭 방수포(타프)를 재활용해서 만들고, 어깨끈은 안전벨트를 재활용해서 만든다고 한다. 

 

 

 

재활용 타프로 만들다보니 가방의 색이나 디자인이 랜덤인데, 공홈이나 매장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건 보통 빨갛고 파란색의 원색의 디자인이다. 

 

공홈에서는 예쁜 디자인을 찾기가 어렵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요즘 프라이탁 중에서도 무채색! 그 중에서도 다른 색이 섞이지 않은 올 블랙, 그레이, 화이트 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사고싶다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매장을 두달이상 오픈에 맞춰 들락거리거나, 오랜기간 공홈을 들락거리면서 직구를 해서 구해야되고, 심지어 거의 두배가까운 가격에 중고거래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디용..

 

뭔가 그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다' 는 희소성이 이 브랜드의 한국에서의 흥행에 더 날개를 달아 준 느낌이다. 

 

마침 프라이탁 스토어가 집에서 120m 거리에 있어서(...) 구경이나 할 겸 들어갔는데, 놀랍게도 여긴 무채색이 인기가 없는지 그냥 널려있었다. 

 

 

 

 

이것저것 신나게 매 보았지만, 그 귀하다는 블랙은 별 감흥이 없고, 웜그레이 색상이 너무 맘에 들었다. 내 평소 스타일이나 옷 색깔이랑 너무 찰떡이라.. 사진찍어서 엄마한테 보내봤는데 엄마도 예쁘다고 인정함!

 

 

 

그래서 결국 사왔다.ㅋㅋㅋㅋㅋㅋ 가볍고 편하고 특히 어깨끈이 넓어서 착용감 최고다. 재활용가방이라 새거를 사도 중고틱한 느낌이 있어서 가방에 스크래치나거나 더러워질걸 신경 안쓰고 막 들고 다닐 수 있는 것도 좋다. 얏호!

 

 

 

 

 

 

 

 


축구에 진심인 유럽인들

 

논문 리딩그룹 전날 밤늦게까지 논문을 읽고 있었는데, 그 날 따라 집 근처가 너무 시끄러웠다. 

위층은 한시간을 넘게 쿵쿵대고, 밖에서도 고함소리가 자꾸 들리고. 그러더니 자정을 넘긴 순간부터 총소리같은 탕탕 소리가 산발적으로 들리더니 무슨 트럭이 가게를 들이받은것같은 어마어마하게 큰 소리가 쾅 났다. 사람들의 고함소리랑 여자들 비명소리도 같이 들려서, 이 때까지만 해도 나는 정말 무슨 총기난사나 큰 사고가 난 줄 알았다. 

 

무슨 일인가 싶어 창문을 열어보니... 그제서야 조금씩 느껴지는 게 뭔가 분위기가 부정적인 상황은 아닌 것 같다는 거였다. 특히 자동차 경적소리가 끊이지 않고 계속 들려서, 아 혹시 오늘 축구경기있나 하고 찾아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유로 2020에서 스위스랑 프랑스가 16강전을 했다는데, 3대 3 동점에서 승부차기로 넘어가서 스위스가 5대 4로 이겼다고 한다. 오... 신날만 한 흥미로운 시나리오다. 

 

상황을 파악한 후에 다시 논문을 읽으려고 앉았는데, 도저히 집중이 안됐다. 밖에 너무 시끄러워서 대체 무슨 일인지 구경나가고 싶은 마음이 스물스물 올라왔다. 결국 15분쯤 고민하다가 잠옷에서 바지만 갈아입고 집 밖을 나섰다. 

 

내 집은 도심 한 가운데에 있어서, 그냥 밖으로 나가자마자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여있는 걸 본 게 너무 오랜만이라, 정말 보고만 있는데도 사람들의 엄청난 에너지와 기쁨이 느껴졌다. 

정작 집에 돌아온 후에는, '아 내가 미쳤지... 델타 변이가 심각하다는데...' 하고 걱정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저 짧은 순간이 잔잔하고 무기력하던 일상에 큰 이벤트가 되어준 기분이다. 

 


 

 

친구 생일 파티

그러고보니 지난 주말에는 친구 생일 파티에도 다녀왔다. 3년전에 같이 인턴을 했던 터키 친구가 지금 여기서 박사과정을 하고있어서, 스위스에서 내 유일한 소셜 활동을 책임져주고있다. 

 

한국인 친구들이랑은 보통 생일파티하면 무조건 밤새 술을 달리는 분위기였지만, 유럽은 그런 문화가 아닌지 식당에서 모여서 저녁을 먹고, 주변을 산책하는 평화로운 일정이었다. Ouchy 역에 있는 호수 바로 앞에 위치한 The Lacustre 라는 식당이었는데, 뷰가 정말 예쁘고 음식 가격도 크게 바가지 없이 딱 스위스 가격인거에 비해 맛도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그나저나 Ouchy 역도 3년만에 가보는 건데, 왜 진작 가지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기억 속 그대로 너무 예쁜 풍경이었다. 지금 사는 집 바로앞에서 지하철 타면 바로 갈수있는데! 월 교통권도 끊어서 공짜로 갈 수 있는데! 좀 더 부지런하게 돌아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까지 가는 길에 발견한 놀이터

 

 

맥주와 피자. 근데 먹다보니 맥주 더 필요해서 결국 한 잔 더 시켰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큰 걸 시키는건데... 

 

피자는 해석할 수 없는 메뉴판들을 번역기까지 돌려가면서 정말 심혈을 기울여서 골랐는데, 친구들이 주문한 피자들을 쭉 둘러보니 내가 딱 잘 고른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리코타 치즈랑 페스토, 그리고 VERY SPICY 라고 빨간 글자로 적혀있는 피자였는데, 지난 몇년간의 해외생활 짬으로 "응 안믿어~" 하고 이걸로 주문했다. 역시나, 매운맛이 대체 어디 존재하는건지 모르겠다. 그냥 스위트칠리 수준. 

 

호수에서 놀고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저 조그만 땟목?오리배?는 대여해주는건데, 위에 미끄럼틀이 달려있어서 원하면 언제든지 강에 입수할 수 있다. 
호숫가 잔디밭의 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서 30분정도 여유를 즐겼다

 

 

이건 공원 한가운데에 너무 뜬금없이 있던 정자?였는데, 태국 왕자가 스위스에 공부하러 왔다가 돌아갈 때 선물로 지어놓고 간 거라고 한다.옆에 있던 친구가 알려준거라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러고보니 김정은도 스위스에서 공부했댔는데 김정은은 돌아갈 때 건물 안지어놓고 갔나?

 

 

 

 

우렁찬 개구리들 소리에 이끌려서 찾은 작은 연못. 

석상에서부터 물이 졸졸 떨어진다. 

 

 

 

 

 

숨은 개구리 찾기 : 정답은 3마리

 

 

 

 

 

올림픽 박물관도 들어갔다 왔다.

건물은 시간이 늦어서 이미 닫았지만, 구경할만한 야외 전시물들이 꽤 있었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평창 올림픽으로 모든 장식이 꾸며져 있었는데, 이번에는 도쿄올림픽으로 모두 꾸며져 있었다. 

 

 

 


 

글을 쓰다보니 6월 30일에서 7월 1일로 넘어갔다.

7월엔 적어도 당일치기로라도 여행 한번은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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