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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잔잔한 일상들

체르마트를 다녀온 뒤로는 여행 욕구가 모두 해소된 기분이다.

1박 2일동안 마테호른과 호수를 질리도록 보아서 그런지, 이제 더 이상 왠만한 산과 호수로는 큰 감흥을 얻기가 어려워진 것 같다. 스위스에서 유명하다는 곳은 여기저기 많이도 놀러다녀서 이제 여행계획표[각주:1]에도 갈만한 여행지가 몇 개 남지 않았다. 에베날프의 에셔산장 정도..? 

 

그보단 오히려 프랑스나 이탈리아 같은 주변 나라로 국경을 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아무래도 백신을 맞고 난 보상 심리인것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아무리 인접국들이라도 기차타고 반나절은 가야하다 보니,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건 어림도 없고, 최소 1박2일이나 2박3일은 잡아야해서 섣불리 계획을 짜기도 부담스럽다. 

 

결국 그냥 집 근처에서 주말을 보내고 있다는 소리다. 

 

집 바로 앞에서 완전 내 취향인 문구점(?)을 발견했다. 문구점이라고 부르기에 미안할 정도로 고급진 곳이라... 핫트랙스 같은 느낌?

 

 

 

 

내가 만년필이나 비싼 고급 필기구에 환장하는 걸 어떻게 알고.. 정말 딱 그런것들만 알뜰하게도 모아놨다. 

항상 직구나 온라인몰을 통해서만 구하던 브랜드 잉크나 펜들이 종류별로 진열되어있는게 정말 천국이 따로 없었다.

 

 

 

실링왁스 세트도 팔고, 왁스도 종류별로, 찍는 핸들도 종류별로.. 심지어 금가루까지 판다. 

이런거... 인터넷에서만 살 수 있는거 아니었어??

 

 

 

심지어 인간프린터를 유혹하는 저 화려한 펜대와 펜촉들을 무려 낱개로 골라담을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개당 2-3천원짜리 펜촉을 배송비 내가며 살때마다 얼마나 억울했는데, 직접 만져보고 고를 수 있는 공간이라니!

 

그리고 정작 사온 건 카드지갑.

 

 

 

 

아래 버튼을 누르면 이렇게 쏙 카드가 올라온다.

어떻게 이런 게 존재할 수 있지..? 진짜 조그맣고 편하고 예쁘고 최고다. 너무너무 맘에 듬.

 

 

신비한 동물사전에 나오는 보우트러클!

 

여긴 지나가다 만난 덕후샵.

미국의 Game Stop 같은 곳인데, 각종 만화나 영화의 캐릭터상품을 파는 곳이다. 

 

 

 

해리포터 만들기 책이 있어서 보니까, 정말로 해리포터에 나오는 자잘한 소품들을 만드는 방법이 나와있는 책이었다.

한국어.. 아니 영어로만 써있었어도 살지말지 고민했을 거 같은데 프랑스어라 미련없이 그림만 보고 내려놓고 왔다.

 

 

 

엄청나게 비싼 호그와트 직통열차 모형.

솔직히 호그와트 기차표도 이거보다 싸겠다.

 

 

 

여긴 집 근처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 전문점이다. 

개당 6.7 프랑.. 대충 8500원쯤 하는 매우 비싼 가게지만, 진짜 놀라운 맛을 보장한다. 

 

솔직히 한국에서도 카페에서 조각케이크 6천원씩 하는데, 스위스 물가를 고려하면 사먹을 만 하다. 

한국이나 미국에선 애초에 이정도 고퀄 디저트를 찾아보기도 힘들다.

 

이 가게에서 케이크 일주일에 한두개씩 사 먹는게 요즘 내 삶의 가장 큰 행복이다.

 

 

 

피스타치오 크림 사이에 으깬 생딸기가 들어있고, 큐빅모양의 크림의 양 면에 바삭한 페스츄리와 피스타치오 크러쉬가 붙어있는 디저트.  미국에서 디저트를 사먹을 때마다 느끼는 그 특유의 인공적인 기분나쁜 단 맛도 전혀 없고, 달달한 딸기때문에 진짜 대박 맛있다.. 

 

 

 

처음봤을 때 이게 뭔지 정말 감도 안잡혔다. 카스테라 시트 사이에 아주 새콤한 산딸기 퓨레가 들어있고, 그걸 빨간 카스테라 시트로 한 바퀴 두른 모양의 디저트다. 그 위에 생크림이랑 과일, 시럽이 올라가있고, 토치로 시럽을 그을려서 카라멜라이징한 것 같다.

 

새콤함의 결정체. 케이크의 중간에 넉넉하게 들어간 산딸기 퓨레가 케이크의 맛을 주도한다!

 

 

 

밀푀유! 페스츄리-크림-페스츄리-크림-페스츄리-설탕코팅 이렇게 층층이 쌓여있다. 

맨 위의 저 그림그려진 하얀 건 설탕녹인맛인데, 포삭포삭한 식감인데 입에 들어가면 바로 녹는다. 손으로 만져도 걍 바로 녹음. 

 

아래 크림에 거의 단맛이 없는데, 저 설탕층이 녹으면서 페스츄리랑 크림이랑 입안에서 섞이면서 고급지게 맛있다...

 

 

 

 

바닐라 타르트!

쿠키도우같은 타르트 시트 위에 바닐라빈이 콕콕 박힌 크림이 올라가있다.

그리고 그 크림과 시트 사이에 얼린 화이트초콜릿같은 맛의 무언가가 들어있다... 정확히 뭔지 모르겠는데 화이트초콜릿 얼린 맛이다. 

세가지 재료의 조화가 최고... 이 가게 케이크 중 내 선호도 Top 3에 든다.

 


스위스 사람 다 됐네

스위스에 몇 달 있었다고 점점 스위스 음식들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다.

요즘엔 이 뢰스티에 푹 빠져있는데, 비닐 패키지에 들어있는 걸 그냥 쓱 뜯어서 후라이팬에 올려 굽기만 하면 끝나는 초간단 요리다. 

맛은 그냥 감자전이랑 비슷한데, 여기에 부라타 치즈랑 튀김간장을 올리면 끝내준다.. 

 

 

요즘 혼술과 안주로 자주 찾는 메뉴. 화이트나 로제 와인에 치즈플래터!

이렇게 보니까 되게 성공한 젊은 능력자같고 막 멋있어보이는걸 캬캬

근데 그냥 스위스에 맛있는거 없어서 찾다보니 정착한 메뉴다.

 

그뤼에르 치즈에 잠봉, 호두치즈, 그때그때 치즈 종류는 바뀐다. 세일하는 품목으로...

 

 

 

요즘 좀 건강하게 먹고 싶어져서 샐러드도 자주 해먹는다. 근데 연어가 탔네.. 

리코타치즈랑 연어, 아보카도! 다 스위스에서 쉽게 구할수있지만 맛있는 것들이다.

다이어트 식이라고 하기엔 지방이 너무 많은거같다. 그냥 건강식인걸로..

 

 

 

인싸들이 먹는다는 그릭복숭아 여름디저트도 해 먹었다.

복숭아 껍질까고 씨 파내고 요거트 넣어서 굳히고.. 여간 귀찮은게 아니다. 맛있긴 한데 한번이면 충분.

 

 

 

취리히 나들이

산과 호수 말고 도시구경이 하고싶어서 주말에 당일치기로 취리히에 놀러갔다 왔다. 

 

 

그나저나 사진 보정실력이 점점 늘고있는 것 같다. 뿌듯. 엄청 흐린 날이라 보정 전 사진은 정말 우울해보인다. 

 

 

 

취리히에 도착하자마자 슈바인학센이랑 맥주를 마셨다. 저긴 독일어권이니까 독일음식!

만화고기처럼 생겼는데 살코기도 엄청많고 대박 맛있었다. 로잔에도 있으면 사먹을듯.. 

아 근데 역시 가격은 비싸다. 28프랑에 맥주가 4프랑이라 총 4만원어치 식사.

 

 

취리히엔 프라이탁스토어 본점이 있다. 

 

 

총 4층 규모에 매장에 물건도 진짜 많다. 다 사진 못하지만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한국에서는 이 무채색 가방들이 프리미엄이 많이 붙어 팔린다던데, 여긴 정말 그냥 널려있다. 

 

 

 

그리고 거기서 난 예정에 없던 마이애미 바이스를 사왔다...

마이애미바이스 불편하고 손 잘 안간다는 후기가 많아서 정말 살 생각 1도 없었는데, 타프가 진짜 너무 예뻐서 도저히 놓고 올 수가 없었다. 

 

 

 

빅토리녹스 매장에서 부엌칼 두개랑 작은 칼 두개를 사왔다.

엄마 선물로 산 건데, 한국가기전에 스위스에서 내가 먼저 뜯어서 쓰기로 했다.ㅋㅋㅋ 선물 맞나...?

 

 

쓰다보니 엄청 길어졌네.. 8월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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