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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0월에 어쩌다보니 이곳 저곳 여행을 다녔다. 그런데 정작 일상은 점점 바빠서 일기가 잔뜩 밀려버렸다..

 

어디 놀러갈 곳 없나 열심히 찾아보다가 발견한 프랑스 리옹! 9월 25일에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리옹까지 직통은 아니고, 로잔 -> 제네바 -> 리옹 이렇게 한 번 갈아타서 3시간 좀 안되게 걸렸다.

가격은 왕복 72프랑. 10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당일치기 해외여행이라니!

 

 


 

리옹이 프랑스에서도 특히 미식으로 유명한 도시라고 하길래 잔뜩 기대를 하고 갔다.

그런데...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았던 탓에 미슐랭 식당중에는 먹을 수 있는 곳이 마땅히 없었다.😭

 

어디든 스위스보다 낫겠지! 하는 생각으로 구글맵에서 평점 좋은 곳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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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프랑스!! 완전 대 만족!

담당 서버였던 소년(?)이 너무 잘생겼고...매우 친절했다.

영어를 잘 못해서 서로 손짓발짓해가면서 열심히 주문하고 골랐는데, 그 와중에 어떻게든 이해시켜주려고 노력하는게 귀엽ㅋㅋ큐ㅠㅠ

 

자기 다리와 가슴을 붙잡으면서 닭 다리살! 가슴살! 을 설명하던게 아직도 웃김ㅋㅋㅋㅋㅋㅋ

난 앞사람이 먹고있는 비프부르기뇽이 너무 맛있어 보여서 따라 주문했는데... 와인으로 만든 갈비찜..? 느낌이었다.

 

 

미친 물가의 스위스를 벗어났으니 약간의 호사를 더해서.. 디저트까지 주문했다! 

구글맵 후기에 초코무스가 엄청 맛있다는 평이 있길래 주문해봤는데... 엌...달아....엄청 진하고 부드러운 초코생크림?을 퍼먹는 맛이었다.

 

 


배도 채웠겠다, 본격적으로 리옹 시내를 둘러보고 다녔다. 

버스타고 제일 먼저 들린 곳은 리옹대성당

 

 

집 코앞에 있는 로잔대성당도 수시로 보지만, 리옹 대성당은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일단 훨씬 큼!

 

 

시선 위쪽으로 배치된 스테인드글라스를 올려다보면, 내가 더 작아지면서, 건물이 더 웅장하고 경건한 기분이 든다. 

화창한 날씨덕에 스테인드글라스를 투과한 빛이 건물 벽에 알록달록한 그림자를 남기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성당을 나오기 전 문 앞에서 우연히 발견한 예쁜 풍경.

 

로잔대성당의 활짝 열린 문을 통해서 푸릇한 언덕과, 저 멀리 푸비에르 성당이 한눈에 보인다. 

상대적으로 어두운 성당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느낌이 액자처럼 느껴져서 묘하게 더 예뻤다. 

 

 

성당 밖에는 사람들이 잔뜩 앉아서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유럽의 이런 분위기도 참 좋아하는 부분 중 하나다.

 

 

성당 맞은편에는 작은 장이 열려있었는데, 뜬금없는 가판대가 하나 있었다.

할로윈도 아니고.. 대체 뭘 파는 곳일지 궁금한데 결국 알아내지 못했다. 

 

 

 

 


리옹대성당을 나온 후에는, 푸니쿨라를 타고 푸비에르 노트르담 성당을 보러 올라갔다.

걸어 올라갈 수도 있긴 하지만, 매우 높은 언덕위에 있어서 꼭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가라는 후기를 많이 보았다..

 

다행히 푸니쿨라는 리옹에 도착하자마자 샀던 24시간권으로 추가 금액 없이 이용가능!

 

 

 

푸니쿨라를 내리면 정말 말 그대로 '내리자마자' 눈앞에 푸비에르 노트르담 대성당이 나타난다. 

안그래도 높은 언덕위에 있는데, 주변에 다른 건물 하나 없이 덩그러니 이 큰 성당하나가 짠 등장하는데 위엄이 굉장히 압도적이다. 

 

대칭맞는 사진을 찍으려고 매우 노력했다... 

그리고 바람이 진짜 미친듯이 불었는데, 아래 영상은 짐벌을 들고 찍은건데도 카메라가 흔들릴 정도였다.

 

 

 

 

심지어 셀카찍은거 보면 머리가 아주 난리도 아님ㅋㅋㅋㅋㅋㅋㅋㅋ 무중력인줄ㅋㅋㅋ

 

 

 

그리고 들어온 성당 내부는 진짜 역대급으로 화려했다.

벽은 말할것도 없고, 기둥, 천장, 정말 눈이 닿는 모든곳에 세밀한 장식들이 가득했다.

너무 예뻐서 짐벌들고 사진에 동영상에 정말 어마어마하게 찍었는데, 한 방향만 이렇게 기록해봤자 그 화려함의 중심에 서 있던 기분이 온전히 저장이 안된다. 

 

성당이 너무 화려하고 예쁘다 보니, 내가 천주교가 아니란 게 아쉬울  정도였다. 

내가 천주교 신자였다면 감동이 훨씬 더 컸겠지..? 

이 성당을 보면서 종교가 있는 사람이 부러워지고, 나도 종교를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던 것 같다.

보기만 해도 이렇게 예쁜 곳에 의미까지 담을 수 있다면 더 감동적일텐데.

 

 

 

 

 

성당 밖으로 나오면, 높은 언덕 위에서 리옹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혼자 놀러갔지만 핸드폰 세워두고 야무지게 성당앞에서 사진까지 잘 찍고 내려옴.. 

점점 혼자여행의 고수가 되어가고있다.

 

 


성당에서 다시 푸니쿨라를 타고 내려오면 아까 보았던 리옹대성당 바로 앞에 내리는데, 시끌벅적하길래 가 보니 공연같은걸 하고 있었다.

 

뭔지는 몰라도 사람들 복작복작하고.. 활기찬 분위기가 꼭 코로나가 다 끝난 것처럼 느껴져서 모처럼 기분이 붕 떴던것같다.

 

 

 

그리고 걸어가다가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줄을 선 젤라또 가게를 발견했다.

아는 바는 없지만 일단 줄이 기니까 나도 줄에 합류했다ㅋㅋㅋ 합류하고 보니 메뉴판을 하나씩 나눠주는데 종류가...너무 많아!

 

 

결정장애에게 정말 너무 큰 시련이었다.

심지어 내가 받은 메뉴판은 프랑스어였기때문에... 96개나 되는 메뉴들 사이에서 당황..

 

결국 고른 건 내 사랑 피스타치오랑 새콤한.. 라즈베리였나?

 

진짜 너무 맛있게 먹었다. 피스타치오는 꼬소하고 아래 샤베트는 생각만 해도 침고일정도로 진짜 엄청나게 새콤했다. 

 


후식까지 먹었으니 다시 걸어야지!

 

목적지 없이 그냥 강을 따라 한참을 걸어내려갔는데 발 닿는 곳 하나하나 다 너무 예뻤다.

 

 

깊은 강물에 파란 하늘, 뭉게뭉게 구름, 알록달록한 건물에 뾰족한 성당, 중간중간 푸른 나무까지. 

걸어도 걸어도 계속 재밌는 풍경의 연속이었다. 

 

강을 따라 걷는 내내 엄마랑 통화를 했는데, 지금 주어진 이 시간이 참 신기하면서도 소중하다는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이렇게 생활비 다 받으면서 유럽에서 나 하고 싶은 공부하고, 주말엔 다른나라 여행까지 다니는 삶이 얼마나 될까?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해본 적 없던 삶을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게 새삼 신기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내가 스위스에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말이다. 

앞으로 남은 20대엔 또 어떤 예상치못한 일상들이 펼쳐질지 참 모를 일이다. 

 


 

그리고 몇 시간을 신나게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버스킹 구경도 하고, 한인마트도 다녀오고, 벤치에 앉아 맥주를 마시면서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도 했다. 지금보니 프랑스 한복판에서 아사히 맥주를 먹었네...ㅋㅋㅋㅋㅋㅋ 큰 캔은 부담스럽던 차에 쪼끄만 미니맥주가 냉장고에 들어있는게 보여서 충동적으로 사버렸다. 

 

프랑스에 왔으니 야무지게 스위스 돌아가서 먹을 간식도 사고 저녁까지 빵빵하게 먹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해가 막 지고 노을이 질 무렵엔 이렇게 예쁜 동네에 있는 평 좋은 로컬맛집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문제가.. 거의 50분이 지나도록 요리가 나오지 않았고.. 내 기차시간은 다가오고 있었다.

이 기차를 놓치면 스위스로 돌아갈방법이 없기 때문에 점점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음식만 나오면 금방 먹고 일어날 수 있겠지, 하는 생각에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기다리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은 순간이 되어버렸다.

 

결국... 식당 주인에게 미안미안함을 열심히 어필하고 혹시 테이크아웃으로 바꿀 수 있겠냐고 부탁을 드렸다.

주인은 처음엔 내가 주문을 취소하려는 줄 알고 난감해 하다가, 테이크아웃으로 부탁한 것을 알아들은 후에는 다행히 흔쾌히 기뻐하며 바꿔주었다. 

 

내가 주문한 건 특제소스를 흠뻑 묻혀서 오븐에 구은 오리와 감자였는데, 이렇게 빵까지 사이드로 알차게 포장해주셨다.

심지어 포장은 할인이라면서 할인까지 해주셨다... 친절도 최고!

 

 

그런데 로잔에 돌아오니 너무 늦은밤이라 졸립고 피곤해서 씻고 자버렸고,  

이렇게 포장해 온 오리와 감자는 다음날 잘 데워서 알찬 한끼 식사가 되었다. 

 

 

리옹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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