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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유학을 준비했던 타임라인에 맞춰 순서대로 글을 쓰려고 했지만, 정작 글쓰는 걸 자꾸 미루다 보니.. 이러다가 비지팅 글은 내년쯤에나 작성하거나 잊혀지겠구나 싶어서 그냥 당장 쓰고 싶은 글을 먼저 작성하기로 결정했다. 

비지팅에 다녀온 따끈하고 신선한 기억을 굳이 묵혀두었다가 쓰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닐 것 같았다.

 

아직 결과가 전부 나온 건 아니지만, 2월에 접어들면서 어느 정도 윤곽은 나오고 있다.

붙을 거라고 생각하던 곳은 붙었고, 떨어질거라 생각했던 곳은 연락이 없는걸 보면서 요즘은 이메일함을 새로고침하거나 그래드카페를 방문하는 텀이 많이 길어진 것 같다. 어느정도 마음이 정리되었고, 붙은 곳들 중에 어딜 진학할지에 대한 생각을 주로 하고 있다.

 

합격 레터와 함께 비지팅 초대가 온 곳은 Georgia Tech, Wisconsin-Madison, U Chicago 세 곳인데, 기본적으로 조지아텍은 500달러, 위스콘신은 400달러, U Chicago는 왕복항공권의 50퍼센트를 지원해준다고 한다. 

그러나, 난 위스콘신은 financial support not guaranteed 라는 조건으로 합격하였기 때문에[각주:1], 400달러의 reimbursement를 받을 수가 없고, 반대로 시카고대학교는 Dean's Fellowship 과 함께 비지팅 비용 100퍼센트 지원의 조건이 주어졌다. 

 

물론 원서를 넣기 전부터 어느정도 마음속의 선호는 있었지만, 대부분 남들을 통해 '~이렇다더라' 하고 전해들은 정보들이나, 인터넷을 뒤져서 읽은 글들, 정량적인 지표로만 순위를 매긴 csranking 사이트와 같은 간접적 정보들에 의한 거라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사실 대부분의 인터네셔널 학생들은 이런 방식으로밖에 정보를 얻을 수 없긴 하지만... 그래도 앞으로 5년을 보내야 할 곳이고 내 인생을 좌우할 가장 큰 결정 중 하나를 하기에 앞서서, 캠퍼스를 방문해 보고 교수님을 만나보면 묘하게 끌리는 '느낌' 이나 '직감'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 같다. 

 

가기 전 고민

비지팅 관련 글은 인터넷을 검색했을 때 정보를 찾기가 상대적으로 더 어려웠다.
아무래도 100퍼센트 비용부담을 해주는 곳이 거의 없다보니, 단순히 학교 구경만 가기엔 부담스러운 금액이라 합격해도 안가는 학생들이 많아서인것 같기도 하다. 세 곳에서 거의 동시에 비지팅 초대가 온 후, 난 또 며칠간 고민에 시달렸다.
아직 어디로 진학해야 할 지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돈을 지원받아가며 Visit days 에 참여해도 되는 것인지 왠지 조심스러웠고, 저 중 두 군데에는 나중에 Decline 메일을 보내게 될텐데.. 2~3일간 얼굴까지 보고 얘기했다가 거절 메일을 보내려면 더 죄송한 기분이 들 것 같았다.. 여러 학교에 가서 가능한 모든 정보들을 접해보고는 싶은데 너무 이기적인 생각인걸까.. 하는 그런 고민들이었다.
 
그러나 다녀온 후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의미없는 고민이었던 것 같다.
거의 모든 학생들이 적어도 2~3개의 학교에 합격해 각 학교의 비지팅을 다니고 있는 상황이었고, 다른 학교는 어디에 붙었는지, 마음속 순위나 선호도가 있는지 등등을 서로 전혀 거리낌없이 물어보았다. 심지어 교수님이나 연구실 사람들도 여기 말고 고민하고 있는 곳이 있는지를 물어보신 경우가 많았다. 
한국 랩에 있었다보니... 여러 랩을 지원하고 컨택하고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상황에 매우 큰 죄책감과 양심의 가책을 가졌었는데, 비지팅을 다녀와 보니 그런 걱정을 하는 친구는 없었던 것 같다. 여러 학교를 지원해 여러 곳에서 합격을 받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고, 그 중에서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곳을 신중하게 선택하기를 적극 권장하는 분위기였다. 
대학원 지원부터 졸업까지의 과정중에서 학교를 상대로 갑일 수 있는 유일한 시기가 바로 이 비지팅때라고 한다. 이미 억셉을 받은 이상 선택권은 학생에게 있으니, 학교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주기 위해 지원하는 거라고 했다. 뭔가 더 평가받는 다는 부담감보다는 오프라인에서 더 좋은 정보를 얻으러 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는게 맞는 것 같았다.  혹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이 글을 본다면 금전적 여유가 허락한다면 위와 같은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 외에 내가 더 했던 고민은, 옷을 얼마나 포말하게 입어야 할지, 뭘 더 준비해 가야 할 게 있을지 정도였다. 옷은 그냥 단정하고 편하게 입으면 되는 것 같고, 난 청바지에 니트를 주로 입고 다녔다. [각주:2] 따로 더 준비해야 할 건 없고, 들어가고 싶은 랩과 관심 교수님을 미리 잘 찾아보고 각 랩에서 어떤 연구를 하는지 최신 논문을 한개쯤 비행기에서 읽어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교수님과의 1대1 미팅 시간에는 보통 학생이 질문을 하고 교수님이 대답을 해주는 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질문할 걸 미리 고민해보고 들어가면 좋을 것 같다.
 
 

일정

총 비지팅 일정은 아래처럼 진행되었다.

 

 

2월 24일에 애틀랜타로 출국해서 조지아텍을 거쳐 위스콘신으로 이동했다가 한국으로 귀국한 후에, 이틀 있다가 다시 시카고로 출국하는... 2주동안 미국을 두번 왕복하며 (경유 포함) 총 7번의 비행기를 타는 하드코어한 일정이었다. 

 

메디슨과 시카고가 가깝기도 해서 한국으로 귀국하지 않고 3일에서 7일까지 4박을 미국에서 더 해결해볼까도 생각해봤지만, 시카고에서 비지팅 비용을 100퍼센트 부담해준다는 점과, 4박 비용에 교통비와 식비를 더한 비용이나 미국 왕복 비용이나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 같다는 점, 비용을 청구할 때 앞의 4박을 요구하는 것 보다는 깔끔하게 인천-시카고 왕복 항공권을 보여주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점에서 이렇게 결정하게 되었다. 

 

조지아텍의 공식 비지팅 일정은 사실 26일에 모두 끝나는데, 위스콘신은 날씨가 매우 추운 관계로[각주:3] 애틀랜타에서 최대한 버티다 위스콘신으로 넘어가는 걸로 결정했다.

 

조지아텍+위스콘신 비지팅을 모두 합한 항공권(ICN->ATL->WSN->ICN)은 다구간으로 예매해서 대략 150쯤 들었는데, ICN<->ATL 왕복이 128만원이었던 걸 감안하면 괜찮은 가격이었던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적당한 시간과 가격대의 항공편이 전부 델타항공+대한항공 조합이라 마일리지 팍팍 쌓이는 소리가 들린단 거..?

 

출국 이틀 전이 학과 졸업식이었고, 2/25이 총 졸업식이었는데 비지팅 일정과 겹쳐서 총 졸업식은 참석하지 못했다ㅠ

인스타그램에 친구들 사진이 올라오는 걸 보니 조금 아쉽기도 한데.. 위스콘신 비지팅까지 마친 지금 생각해봤을 때 시간과 돈을 들여 온 것이 후회되진 않는다. 사실 해외여행 한번 거하게 다녀올 돈을 쓴 것 치고 엄청나게 대단한 건 하나도 없었지만, 교수님 및 연구실 학생들과 얘기를 해본다거나 캠퍼스 주변의 분위기라던지 물가 등을 느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혹여라도 나중에 박사과정을 하면서 '더 신중하게 결정했어야 했나...' 하는 후회를 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결정에 앞서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았다는 합리화가 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주절주절 쓰다보니 글이 은근히 길어져서, 본격적인 학교별 후기는 각각 하나씩 포스팅을 잡고 작성해야겠다. 

 

 


+ 추가

3월 말에 University of Michigan 에서 RA 오퍼와 함께 연구실 참여 제안이 왔지만, 이미 마음도 어느 정도 정한 후고 평소 관심있던 분야랑 조금 거리가 있어서 정중하게 거절 답장을 보냈다. 

이를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달려온 대학원 준비가 모두 끝나고, 50%의 합격률로 마무리하게 되었다. 

  1. 노펀딩 합격ㅠ [본문으로]
  2. 매우 추웠던 위스콘신과 시카고에서는 롱패딩 추가 [본문으로]
  3. 3월 3일에 -26도를 찍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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