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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콘신까지 비지팅을 한 후, 한국으로 귀국했다가 하루 쉬고 다시 시카고로 날아가게 되었다.
시카고의 경우, 앞의 두 학교와 달리 비지팅 비용 전액을 지원해주었는데, 미국에 그냥 체류할 경우 발생하는 숙박비를 청구하기도 애매해 질 것 같고 비행기 청구도 애매해질 것 같아 이렇게 결정했다. 

공항에서 고생하던 게 너무 서러웠기 때문에, 이번 출국때는 미리 준비해서 라운지에도 들어가 보았다!

인천공항 제 2터미널 라운지

여유 있게 배도 채우고, 편한 자리에 앉아 노트북 펴고 커피를 마시면서 비행기 시간을 기다렸다. 항상 터미널 탑승구 앞에 쭈구리고 앉아서 핸드폰 보면서 기다렸는데ㅠ 너무 편하고 좋았다.

대한항공 타고 쓩

경비도 지원해준다고 하니 국적기 타고 편하게 다녀왔다.
마지막 도착하기 직전 창 밖으로 시카고 시내가 내려다보이는데.. 퍼듀에 있을 때 몇 번 와봤다고 아는 곳도 보이고 익숙한 기분이 드는게 신기했다.


Day 1

첫 날 스케줄

첫 날에는 딱히 중요한 일정은 없었다. 그냥 6시에 다같이 모여서 저녁을 먹으면서 Welcome Reception 을 하는 정도. 

비행기에서 내리니 낮 1시?2시? 쯤 시카고에 도착했는데 아직 체크인을 할 수가 없는 시간이었다. 
호텔에 짐만 맡겨두고, 호텔 근처를 한 두 바퀴 둘러보다가 스타벅스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 하나 시켜두고 폰 충전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내가 미국까지 와서 스타벅스에서 죽치고 앉아있다니..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 그 상황이 참 웃기기도 하고 생소한 기분이었다. 이전 같으면 신나게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해외 온 김에 구경하러 다녔겠지만.. 2주동안 비행기만 5번을 탔더니 여행 의지가 전혀 없었다. 

그리고 받았던 숙소! 호텔은 The Hyatt Place 라는 곳이었다. 짐도 안풀고 그냥 바로 침대로 직행- 

저녁 시간에 맞춰 눈을 뜨고.. 다 같이 호텔로비에서 셔틀을 타고 학교로 이동했다.
호텔 로비에서 셔틀버스를 기다리다 보니, 지난 주 조지아텍, 위스콘신에서 보았던 낯익은 얼굴들이 보여 반가웠다. 그 중 한 친구는 조지아텍에서 같이 룸메였던 중국인 친구였는데, 위스콘신에서도 보고 여기서도 보고.. 심지어 연구 분야도 거의 같아서 빠르게 친해졌다. 외국인들 사이에서 이틀 간 뻘쭘하게 돌아다닐 뻔 했는데 같이 대화할 친구가 있어 좋았다.

이제 세 번쯤 와봤다고, 대충 비슷비슷하게 흘러가는 듯한 익숙한 기분이었다. 나눠주는 패키지도 비슷비슷한 느낌.

달랐던 점은 학교 캠퍼스가 다른곳보다 더 고풍스럽고 멋있어서 캠퍼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호그와트 같은 느낌도 들고 유럽같기도 하고.. 내가 막연히 상상하던 해외 대학 캠퍼스의 모습이었다. 

첫날에는 이렇게 캠퍼스 구경만 조금 하고, 저녁 먹으면서 다른 친구들이랑 수다를 떠는 게 전부였다.

역시나 대화주제는 "연구분야가 뭐야?", "어떤 교수님한테 관심있어?" 같은 주제였고, 시카고의 생활 측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아무래도 '시카고' 하면 바로 '치안' 이 떠올랐기 때문에, 치안에 대해서도 물어보니.. 이 주변의 위험한 곳들을 학교가 땅을 다 사버려서(!?) 캠퍼스 근처는 위험하지 않다는 대답을 들었다. 학교 클라쓰

난 비지팅 전에 시카고의 교수님 두분과 인터뷰를 봤었는데, 한 분은 내가 지원전부터 관심있게 찾아보면서 연락을 주고받았던 젋은 교수님(A교수님 이라고 하자)이셨고, 다른 한분은 컨택을 하지 않았었는데 내 원서를 보고 먼저 연락을 주신 교수님(B 교수님)이셨다. 사실 B 교수님은 연구분야가 좀 다르고... 인터뷰 때 너무 무서웠기 때문에ㅜㅠㅜㅜㅠ[각주:1] 시카고로 가게 되더라도 A 교수님께 가겠다고 어느 정도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저녁식사 때 A교수님이랑 B교수님과 인터뷰를 봤다고 하니, 다른 대학원생들이 다들 A is great, but B....is...... 하면서 뭔가 난감해하는 표정을 보였다. 엌ㅋㅋㅋ어쩐지 느낌이 좀 쎄하더라니... 밤 늦게 학생에게 메일을 보내고 바로 답장이 없으면 분노하신다는 일화를 들려주었는데, 사실 한국에서는 너무 흔한 일화라 일화 자체로는 그닥 놀랍진 않았다. [각주:2] 

그러나 이 대화 덕분에 B교수님에게 남아 있던 조그만 가능성마저 날려버렸다..


Day 2

둘째 날 스케쥴

둘째 날에는 일정이 상당히 빡빡하게 잡혀있었다. 

가장 먼저 학교와 학과 소개들로 아침을 시작했다. 설명을 듣다보니, 시카고 대학교는 재단이 무려 록펠러인 만큼 학교 재정이 매우 빵빵하다는 걸 여러 면에서 느낄 수 있었다. 우선, 가장 직접적인 건 Stipend와 Fellowship 을 합쳐 실제 내 통장에 꽂히게 되는 돈이 다른 학교들의 두배정도였고, 시카고가 도시라는 것을 감안해도 확실히 지원이 빵빵했다.
비지팅 때도, 학생들한테 보여주는 것이나 지원해주는 것들이 훨씬 더 풍족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아쉬운 것은 역시 랭킹이었다. 시카고는 전통적으로 자연과학, 인문, 경제쪽에서 엄청난 강세를 보이는 대학인 반면, 공대 쪽으로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 [각주:3] 
그래서 컴공도 Computer 'Science' 라서 Physical Science 대학 안에 새로 만들어졌다고 하고,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아직 랭킹이 앞의 두학교보다는 낮은 편이었다.

대신, 그런 만큼 학교 측면에서 CS 를 두둑히 지원해주고 있고 CS에 거는 기대가 커 보였다. 우선 CS 빌딩 자체도 올해 새로 오픈한 따끈따끈하게 멋있는 새 건물이었고, 장비들이나 환경이 아주 좋아보였다. 

오픈 랩 에서 보고 기절할 뻔

그 중 가장 눈길이 갔던 건, 높이가 조절되는 책상....... 이거 완전 로망인데...!! 
책상 높이를 쭉 높이면 스탠딩 책상으로도 쓸 수 있고, 옆의 버튼만 누르면 전동으로 위이이잉 책상이 움직인다ㅜㅜㅜ
연구실의 모든 대학원생들과 교수님들의 책상은 다 이 기능이 들어가 있었다.

10시부터 1시까지는 쭉 오픈랩이었는데, 돌아다니면서 연구실마다 소개도 듣고 구경도 하면서 대학원생들이랑 같이 모여서 점심도 먹고 이런저런 가벼운 얘기들을 했다. 

점심을 먹고난 후에는 교수님과의 1대1 미팅이 잡혀있었다. 미팅 하나 당 30분이었고, 난 A교수님과 B교수님 각각 30분씩 두 번의 미팅이 있었다. A 교수님은 내 관심 분야와 아주 밀접한 연구를 하고 계시고 사실 위스콘신 교수님의 제자인 분이다. [각주:4] 직접 만나보니 너무 친절하셨고 학생을 하나하나 정말 세심하게 케어해주신다는 것이 느껴졌다. 학생들을 위해 직접 위키백과(...)에 버금가는 방대한 양의 문서들을 만들어 두셨는데, "컨퍼런스에서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발표 잘하는 법" 등과 같이 연구외에도 대학원생 필수 스킬들까지 다 정리를 해 두셨던 게 인상깊었다. 너가 우리 연구실에 온다면 이걸 넘겨줄게! 하고 자랑하시는 모습에 순간 혹할 뻔 했다.. 

면담이 끝난 후에는, 캠퍼스 투어를 하고, 그룹별로 나뉘어서 저녁을 먹고, 공연을 보았다.
비지팅만 놓고 보았을 때 세 대학 중 시카고 대학교가 가장 좋았는데, 이런 저런 세심한 준비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우선, 개인면담시간만 보더라도 1대1로 30분씩 가장 길게 배정이 되어있었고, 식사도 다 같이 케이터링 서비스로 해결하는 게 아니라 식당 여러 곳을 객관식 보기로 주고 원하는 그룹에 들어가서 그룹별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난 짜고 기름진 미국 음식에 지쳐 있었기 때문에 스시집을 골랐다!

공짜 스시와 사시미! 최고!
Blue man

다 같이 공연을 본 것도 좋았다.

공연을 본다고 하길래, 아...영어...못알아듣겠다....가서 잠이나 자야지..ㅜㅜ 생각하고 있었는데, 영어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고 마임과 음악으로 진행되는 공연이어서 너무 편하고 즐겁게 볼 수 있었다. 

 


Day 3

셋째날 스케쥴

 

셋째날엔 Women in CS 아침식사만 스케줄로 잡혀있었다. 비지팅을 했던 세 학교 모두 이런 '여학생모임' 이 마련되어 있었던 게 인상적이었다. 

유명하다는 브런치 맛집에서 맛있고 푸짐하게 잘 먹었다. 여학생들끼리 모여있으니 확실히 더 수다스러워지는 것 같았다. 좀 더 편하게 대화도 나누고 친해질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다. 

이 때 친구들이랑 얘기를 하면서 주변 분위기에 대한 주제가 나왔는데, "다들 대기업 취직을 많이 하고, 대학원을 간다고 하면 다소 걱정하는 시선이 있다.. 그래서 대학원을 준비하면서도 불안했던 것 같다"는 얘기를 하게 되었다. 이 때 미국 친구들의 반응이, '구글 같은 곳은 언제든지 갈 수 있잖아' 여서 좀 띠용 하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 학교 안에서는 '구글을 들어갔다' 고 하면 엄청나게 대단해하고 레전드로 소문이 나고 부러워하는 반면에, '대학원을 갔다' 고 하면 힘들겠다, 고생하겠다, 잘못된 선택을 했구나, 이런 반응이 지배적이었는데...  이 친구들은 대학원을 진학하는 것에 있어서 견고한 자부심이 있는 것 같았다. 


브런치를 마친 후에는, 교수님과 함께하는(!?) 시카고 투어를 하게 되었다. 비록 나는 시카고 여행을 세번이나 갔지만... 교수님이 같이 시티투어를 하자고 하셔서 어차피 딱히 계획도 없어 감사히 따라다녔다. 

시티투어 멤버는.. 총 7명이었는데.. 

(1) 교수님 (2) 교수님 아내분 (3) 교수님 아들(미취학아동) (4) 교수님 딸(초등학교 저학년) (5) 나 (6) 같이 합격한 학생 2명 

이 멤버로 같이 아쿠아리움도 가고, 박물관도 가고, 저녁도 먹으러 갔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슨 패키지 여행처럼 교수님이 여기저기 다 데리고 다니면서 구경시켜주시고 챙겨주시고.. 우린 교수님 자제분들과 같은 포지션으로 '우와!' 하면서 따라다녔다ㅋㅋㅋㅋ

교수님이 너무 스윗하셔서... 이렇게 다 받기만 하고 시카고를 decline 해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ㅠ

 


그 후...

비지팅에서 돌아온 후, 교수님께 메일이 한 통 왔다.

교수님과 면담을 하던 도중에 교수님께서 졸업에 대해 물어보셨었는데, 난 바로 2주 전에 졸업을 한 상태였기 때문에 너무 신난 나머지 잡리스 백수라고 자랑을 했었다. 그리고 교수님은 그걸 마음에 담아두시고는... 입학 전까지 랩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겠냐고 제안을 해 주셨다. 

죄송한 마음에 거절하려고 했으나, 시카고로 진학하지 않더라도 괜찮으니 자유롭게 결정하라고 독려해주셔서, 결국 그 프로젝트에 같이 참여하게 되었다. 덕분에 8월까지의 긴 공백기 동안 연구를 쉬지 않고 공부를 이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비지팅에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던 것이 무색하게, 비지팅을 통해 이렇게 소중한 기회까지 얻게 된 걸 보면 난 참 운이 좋은 것 같다.

  1. 인터뷰를 본 건지 그냥 혼난건지 잘 분간이 안갔다 [본문으로]
  2. 그냥 미국에도 그런 분이 계시다는 게 놀라웠다. [본문으로]
  3. 아 공대가 없다고 했었던 같기도...? [본문으로]
  4. 위스콘신 비지팅을 갔을 때도, 다음주에 시카고 간다고 하니 다들 이 교수님 얘기를 했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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