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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Georgia Tech, Wisconsin-Madison, U-Chicago 총 세 학교의 비지팅에 참석했으며, 각 학교마다 하나의 포스팅으로 정리하려고 한다.

 

 

 

 

그 중 가장 첫번째 방문이었던 조지아텍은 출국 전 세 학교 중에 가장 우선순위가 높던 학교였다.

 

조지아텍 연구실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건 2018년 1월 즈음이었다. 18년 12월에 서류를 넣기 전까지 거의 만 1년 동안 연구실 홈페이지를 정말 수도 없이 들어가 보면서, 유학을 꿈꿨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우연한 기회였는데, 구글에서 만난 분과 유학얘기를 나누다가 연구실을 소개받았고, 8월 말 즈음에 정말 감사하게도 연구실에 레퍼를 해주셨다. 

 

그 후, 10월 초 즈음에 다시 컨택을 했었고 공식 결과가 나오기 전에 미리 합격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워낙 대단한 분들만 모여있는 연구실이라고 주변에서 소문을 많이 들었기 때문에 합격 소식을 전해듣기까지 마음을 참 많이 졸였던 것 같다.

 

 

Day 1

 

19년 2월 24일 오후에 인천공항을 출발해, (시차로 인해) 24일 저녁에 애틀랜타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조지아텍 비지팅이 시작되었다. 위 일정처럼, 일요일 저녁 6시부터 웰컴 디너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내 항공편은 저녁 6시에 애틀랜타 공항에 도착하는 여정이었기 때문에, 나는 트렁크를 가진 채로 바로 식당으로 이동했다.

 

사실 이 저녁 일정에 늦게 도착하는 것이 신경쓰여서 하루 일찍 도착하는 항공편을 끊어야 하나 고민을 좀 했었는데, 그러면 1박을 추가해야 했기 때문에 그냥 저녁식사에 좀 늦기로 결정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 뒤에도 학생들이랑 같이 밥먹고 얘기할 시간은 정말 많았기 때문에 이 날 저녁에 좀 늦은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돈을 써서 1박을 추가했으면 더 아까울 뻔 했다. 

 

도착해보니 음식으로는 타코가 준비되어 있었고[각주:1], 원하는 음료 및 술을 주문할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비지팅 일정 동안 숙박과 식사, 마실 것 등은 학교에서 지원해주기 때문에 맛있고 비싼 샹그리아를 주문했다 ^-^[각주:2]

 

식당엔 새로 부임한 교수님들, 기존 재학생, 이번에 합격한 학생들이 섞여 있었는데 모든 대화는 보통, 

 

Hi, I am xxx  -->  What's your research interest?  -->  Who are you going to meet tomorrow? 

 

이런 맥락으로 여러 학생들과 대화 상대만 바뀌면서 계속 같은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웰컴디너에서 학생들과 얘기를 하면서, 내가 컨택했던 교수님이 상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인기가 많은 교수님이었다는 것에 놀랐다. 대략 열명 이상의 학생들이 이 교수님과 함께 일하고 싶어했고, 다들 스펙도 대단해 보였다. 서로 인사를 하고 대화를 하다보면 어? 너도?? 이런 상황이 자꾸 일어나다 보니까, 다들 서로 놀라는 분위기였다.ㅋㅋㅋㅋㅋㅋ....저 랩이 도대체 얼마나 갓갓인지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현지에서 이렇게 인기를 실감하고 나니 뭔가 더 어리벙벙해 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혹시나 하던 반가운 얼굴도 다시 볼 수 있었는데, 스위스에서 인턴을 할 때 같은 랩에서 박사과정으로 있던 Alex가 교수님이 되어 나타났다. 조지아텍 교수님이 된다는 얘기는 스위스에서부터 미리 들었었지만, 이렇게 미국에서 다시 만나서 교수님이 되어 있는 걸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훨씬 더 대단해 보였다. 가기 전부터 혹시 만날 수 있으려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녁 자리에도 있을 줄은 몰랐다. 내가 먼저 앞에 짠 등장해서 Hi!! 를 외친 후에 서로 놀라며 인사를 나누었고, 다시 보게 되어 반갑다는 얘기와 이런저런 지난 얘기들을 했다.

 

첫날은 그렇게 수많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자기소개를 주고받는 식이었고, 식사를 마친 후에 호텔로 이동했다. 

 

집을 나와 2시간 반동안 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이동했다가, 공항에서 수속하고 면세품 찾고 한두시간쯤 더 기다린 후에, 무려 12시간의 비행을 마친 후, 저녁자리에서 술까지 두잔이나 마신데다가, 갑자기 영어대화까지 몰아치니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거의 녹초가 되어있었다. 

 

 

 

호텔은 같은 성별의 다른 합격생과 한 방을 쓰도록 예약을 잡아주었는데, 내 룸메이트는 중국에서 온 친구였다. 

신기하게도 나랑 관심 연구 분야도 거의 같았고, 같은 동양인이기도 해서, 서로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하며 금새 친해졌던 것 같다. 조지아텍 비지팅 후에 알게 된 거였지만, 사실 이 친구와 이후 위스콘신, 시카고 대학에서 내내 계속 다시 마주쳤다. 관심분야도 비슷한데 합격한 대학까지 같아서 둘 다 관심 랩도 비슷했기 때문에 조지아텍에서는 어색한 사이로 헤어졌으나, 이후에 급속도로 친해졌다. 

 

호텔은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아늑한 4성급 호텔이었고, 전망도 예뻤다. 

물론 첫날엔 너무 피곤해서 쓰러져 자기 바빴고, 둘쨋날이 되어서야 위 사진들을 찍었다.

 

 

Day 2

 

 

둘째날은 정말 빡빡하게 일정이 잡혀있었다. 
 
아침 9시까지 Klaus 건물(CS건물)로 이동해서 아래 사진과 같은 패키지를 받고, 아침을 먹으면서 10시 반까지 학과 소개랑 신임 교수님들의 연구 소개를 들었다. 
 

아침 식사

 

10시 반부터 12시까지는 Meetings with Faculty 시간이었는데, 난 면담이 잡힌 POI가 한분뿐이었고, 점심 이후였기 때문에 이 이 때 아무것도 할 게 없었다... 그냥 테이블에 앉아서 핸드폰 좀 보다가 비지팅에서 만난 한국분들이랑 수다 타임을 좀 가지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 후, 점심으로 또 타코(...)를 먹고, 재학생들이 생활 관련해서 소개해주는 발표를 듣다가 교수님과 미팅을 하러 빠져나왔다.

Faculty meeting은 보통은 1대1로 진행되는 것 같았는데, 전날 느꼈던 것처럼 들어가고 싶어하는 학생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우리는 3대 1로 미팅이 진행되었다. 이 전의 스카이프 인터뷰들은 대부분 교수님이 질문을 하시고 내가 대답을 하는 방식이었다면, 반대로 Visit Days에서의 Faculty Meeting은 "Do you have any questions to me or to the university?" 가 30분동안 무한반복되는 방식이었다. 뭐라도 말은 해야겠는데, 갑자기 질문을 하려고 하니까 머릿속이 하얘져서 좀 어버버 하다가 나온 것 같았다.ㅜㅜ

 

교수님과 미팅을 마치고 나온 후엔, 연구실에 있는 한국인 언니와 잠깐 스타벅스에서 커피 타임을 가졌다. 원래 알던 사이는 아니고, 조지아텍에 오기 전에 친구와 얘기를 하던 중, 친구의 학교 선배가 이 랩에 있다는 것을 듣고 소개 받았다. 전반적으로 학교 생활이라던지 연구 등등 궁금한 게 많아 다짜고짜 초면에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날리고 커피를 얻어마셨다..[각주:3] 덕분에 혼자 끙끙 궁금해하던 학교 생활에 관한 것들도 많이 물어보았고, 재정적인 부분이나 연구실에 대한 부분들도 전해들을 수 있었다.

 

그 후에는, 교수님께서 연구실의 박사과정 학생을 만나보라고 하셔서 오피스에 들려 한시간 넘게 얘기를 하다가 나왔다. 사실 이전부터 논문 퍼블리케이션을 통해 열심히 팬심을 키워왔던 분이다. 어떤 주제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백그라운드가 있고 오게 되면 어떤 주제를 연구하면 좋을지 등등 연구에 대한 얘기를 주로 하였다. 

 

이러고 나니 시간이 훌쩍 가버려서, Women in Computing Coffee Break 라던지, Campus Tour 같은 일정을 다 넘겨버렸고, 바로 저녁을 먹으러 이동하게 되었다.

 

 

저녁 장소에서는 저녁식사와 술을 함께 하면서 자정까지 있는 일정이었는데, 도무지 너무 피곤해서 10시쯤에 빠져나와 우버를 타고 호텔로 돌아갔다. 

 

음악은 크게 쿵쿵거리는 와중에, 여러명이 모여 영어로 얘기를 하고 있으려니까 대화에 끼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일단은 무슨 말을 하는건지도 정확히 들리지도, 이해가 되지도 않았다. 그러다 보니 내가 전공지식이 부족해서 안들리는 건지, 영어를 못해서 안들리는 건지조차 구분이 가지 않아 자꾸 초라한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말을 하고 싶어도, 내 말을 한번에 알아듣지 못해 자꾸 두번씩 말을 해야 한다거나, 바로바로 하고싶은 말이 나오는 게 아니라 머릿속으로 한번 생각을 하고 말하게 되다 보니 빠르게 전환되는 대화에 끼어들기가 힘들었다. 

멍청이처럼 그냥 멍하니 듣고 있다가, 알아듣는 척 남들 웃을 때 같이 웃고 있다보니 회의감이 들어서 빠져 나오고 싶었던 것 같다. 

 

시끄러운 음악 때문이라고, 시차 적응이 안돼서 피곤한 탓이라고 혼자 핑곗거리를 생각 하지만, 결국 원어민들 사이에서 영어로 생활해야 하는 현실이 갑자기 생각보다 더욱 무겁게 다가왔다. 같이 술마시면서 노는것도 이렇게 힘든데 영어로 박사과정을 잘 해낼 수 있을 지 걱정을 하며 무거운 마음으로 호텔로 돌아갔다.

 

 

Day 3

 

마지막 날은 재학생들과 같이 애틀랜타를 구경하는 시간이었다. 

 

Ponce City Market 이라는 아울렛?에 각종 식당들과 디저트 가게들이 모여 있었는데, 거기서 다같이 브런치를 먹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이렇게 공식적인 일정을 마친 후 위스콘신으로 넘어가기 전까지 애틀랜타에서 2박의 여유가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애틀랜타가 할게 정말 정말 없어서... 그냥 오전에 잠깐 아쿠아리움에 갔다가, 호텔에 들어가서 좀 쉬고, 캠퍼스 구경 좀 하면서 여행을 마무리했다.

 

아쿠아리움!

 

후기

조지아텍이 위치한 애틀랜타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치안은 위험한 편이었던 것 같다. 해가 진 후에는 밖을 돌아다니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고, 캠퍼스 바로 근처의 다운타운은 조심해야 한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실제로 해가 지기 전에도 홈리스들이 돌아다니면서 말을 거는 것을 많이 목격했고, 방문한 사람들 모두 치안을 걱정하는 얘기를 여러 번 주고 받았다.
 
그리고 애틀랜타의 집값도 생각한 것보다 더 비쌌다. 스티펜드에 충남도비 장학생을 합치면 어느정도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스티펜드에서 세금이나 student fee나 이것저것 뗄 거 떼고 렌트비를 내고 나면 한 달 생활비가 빠듯하거나 좀 모자란 정도인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연구실의 한국인 분들에게 물어봤을 때, 다들 스티펜드 만으로는 생활이 좀 빠듯하다는 것에 동의하는 것 같았다. 
 
들었던 것처럼 날씨는 정말 좋았다. 엄청 춥던 한국에서 날아가 도착한 애틀랜타의 날씨는 따뜻한 봄날씨였고, 벌써 여기저기 꽃이 예쁘게 피어있었다. 일년 내내 그렇게 추운 날이 없다고 하니 날씨가 다른 두 곳(위스콘신, 시카고) 보다는 훨씬 좋은 것 같다.
 
날씨만큼이나 사람들도 따뜻했다. 이틀 내내 계속 연구실 분들이랑 같이 밥먹고 자정까지 같이 술마시고, 다음 날 또 저녁에 커피에 내내 붙어있다시피 했는데 다들 정말 좋은 분들인 것 같았다. 그리고 얘기를 해볼수록 정말 다들 갓갓인거같다.. 똑똑한 사람들과 같이 일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내가 잘 해낼 수 있을 지에 대한 부담감이 동시에 든다. 
 
조지아텍은 한국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건지, 연구실 내부에서 뿐 아니라 비지팅에 참석한 사람들도 한국인이 많았다. 위스콘신이랑 시카고에서는 한국인을 거의 보지 못했다. 스위스에 있을 때 한국인이 없어서 고생했던 걸 생각하면, 주변에 한국인이 많은 게 적응하고 생활하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특히, 애틀랜타는 코리안 타운도 크게 있어서 원하면 언제든 한식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인 것도 큰 장점 중 하나인 것 같다.
 
연구 분야가 내가 하던 거랑은 조금 다른 부분도 있어서, 새롭게 배워나가야 할 부분도 많은 것 같다. 그런데 다들 너무 갓갓이라 내가 이제 와서 새롭게 배우는 게 의미가 있을지도 걱정이 된다.
 
학교 랭킹이나 평판은 세 학교 중 조지아텍이 제일 좋은 편이고, 학교 규모도 굉장히 큰 편이었다. 

 

원서쓰고 종강한 후에 지금까지 많이 놀았으니 이제 슬슬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 할 타이밍이 온 것 같다. 열심히 사는 멋진 사람들을 보고 나니 좋은 자극이 되었다. 

 

  1. 조지아텍 비지팅을 다른 친구들이랑 얘기하면 다들 아...타코... 하는 반응ㅋㅋㅋ [본문으로]
  2. 공짜 술 조아! [본문으로]
  3. 친화력 갑!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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