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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고 밀려서 11월 말이 되어서야 쓰는 10월의 밀라노 여행.

 

일정은 다음과 같다.

 

[10월 1일] 로잔에서 밀라노로 이동 - 밀라노 구경 - 밀라노에서 베네치아로 이동 후 숙소 체크인

[10월 2일] 베네치아 관광 1일차

[10월 3일] 베네치아 관광 2일차  - 로잔으로 돌아오기

 

한번에 쓰자니 길어질 거 같아서 일단 쪼개서 밀라노부터 적어본다.

 


0. 출발 전

스위스에서 도착한 건 5월이지만, 스위스 안에서 당일치기로나 여기저기 다녔지 유럽여행이라고 부를만한 건 제대로 떠나 보질 못했다. 

그렇게 바쁜것도 아니면서, 그냥 괜히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1박이나 2박 여행을 계획하는것이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이번 기회가 아니었다면 정말 스위스에 있는 내내 당일치기 소풍밖에 못다니고 유럽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할 뻔 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함께 떠나준 지우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 유럽에서 이렇게 새로운 친구를 알게 된 것 역시 참 큰 행운이었다.

 

지금생각해보면 웃긴 것 중 하나는, 여행은 고작 2박 3일이었지만 계획은 정말 열심히 짰다는 거다.

사실 상 베네치아에서 일주일 있었어도 부족할 정도로 맛집이고 관광 포인트고 정말 열심히 조사했다.. 바쁘고 지루한 일상 속에서 여행 계획 짜는 거 자체가 일탈이고 휴식이었던 셈.

 

 

 


1. 밀라노로 출발

10월 1일 아침 일찍 로잔에서 기차를 타고 밀라노로 출발했다. 

로잔에서 밀라노까지는 무려 직통열차가 있어서 타고 앉아있으면 바로 밀라노에 내릴 수가 있다.

 

그런데 여기서 사소한 문제가 하나 생긴 게... 아무곳이나 앉아도 되는 일반 스위스 기차들이랑은 달리 로잔에서 밀라노 가는 기차는 자리가 정해져있는데, 내 자리에 이상한 할아버지가 앉아서 비켜주질 않았다. 다른 데 아무데나 가서 앉아! 를 시전하면서 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안 그래도 몇 있지도 않은 빈자리는 옆자리에서 가방이나 짐들을 잔뜩 올려두고 있어서 치워달라고 부탁을 하기 난감한 상황이었다.

 

결국 나는 마주보는 4인용 자리에 가서 남의 가족여행에 애매하게 껴서 앉았다.. 가방이랑 외투도 불편하게 다 끌어안고 역방향으로 3시간 반을 가야한다니! 

 

그나마 다행인건 한시간쯤 후에 그 할아버지가 내렸고, 얼른 내 자리로 돌아가 남은 시간은 편하게 갈 수 있었다.

 

밀라노 기차역

 

그래도 밀라노 역에 도착하자마자 기분은 붕붕 날아갈것같았다!

나는 로잔에서, 지우는 뮌헨에서 각자 출발해서 밀라노에서 같이 만나 여행을 시작했는데, 오우 우리 완전 글로벌한거같아. 

 

 

2. 점심은 피자

역에서 만나자마자 바로 점심부터 먹으러 갔다.

 

 

 

이탈리아에 왔으니 피자부터 먹어줘야지. 

지우가 찾아준 피자 맛집이었는데, 도우가 얇아서 인당 한판씩 클리어할 수 있었다. 너무 맛있고.... 저렴하고.... 이탈리아 최고.

이렇게 맛있는 걸 왜 이탈리아 사람들은 자기들끼리만 먹고 스위스 사람들에게는 전파해주지 않는 걸까? 

 

프로세코 라는 식전주도 여기서 처음 먹어보았다. 무려 서비스!

상큼하고 시원한 화이트와인인데 덥고 지칠 때 먹으면 에너지 드링크가 따로 없다. 

 

이탈리아에서 처음 먹는 피자인 만큼, 정말 최고로 맛있는 피자를 먹고싶어서 굉장히 심혈을 기울여서 메뉴판을 뜯어 보았지만..

사실 영문판 메뉴를 아무리 보아도 뭐가 뭔지 잘 몰랐다ㅋㅋㅋㅋ 모르는단어 너무 많구요... 결국 그냥 한국인답게 갈릭 써있는거 골랐다.

토종 한국인 해외생활 꿀팁. 갈릭 들어가면 왠만하면 다 입에 맞음.

지우랑 나랑 다른메뉴 시켰는데 사진만 봐서는 비슷해보인다. 이것이 이탈리아의 세심한 피자문화일까?

 

다행히 나의 꿀팁은 잘 먹혀서, 너무 맛있게 피자 한 판 그자리에서 전부 뚝딱해치웠다. 

 

 

3. 에스프레소 바

이탈리아 하면 커피! 에스프레소!

이탈리아 사람들은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아주 커서 이탈리아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달라고 하면 커피싸대기를 맞을 수 있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다. 그래서 이탈리아에 오면 꼭 본고장의 에스프레소를 먹어보고 싶었는데, 마침 걷는 길에 사람이 많이 모여있는 트럭에서 에스프레소를 팔고 있었다. 

 

 

가격은 고작 1유로! 

트럭에서 주문해서 그 자리에서 서서 홀짝 마시고 떠나는.. 우리나라로 치면 길거리의 오뎅트럭 같은 느낌인가?

 

길에서 마시는 한모금의 에스프레소라니, 이미 현지인 다 된 기분이었다. 

 

 

3. 밀라노 두오모

두오모까지 가는 길은 좀 걸어야 하긴 했지만, 가는 길에 빼곡히 각종 패션브랜드들 스토어가 있어서 하나씩 들어가보고 구경하며 재밌게 갈 수 있었다. 디올, 구찌, 루이비통 등등 여기저기 들어가긴했지만 딱히 산 것도 없고 찍은 사진도 없다. ㅎㅎ

 

그렇게 걷다보니 밀라노 두오모의 뒤쪽이 눈앞에 딱!

 

 

로잔대성당도, 리옹대성당도 크고 멋지다고 생각했지만 와 이건 또 어마어마하게 크고 화려하다.

외벽에 달려있는 조각상이나 장식들이 하나하나 너무 정성스러워서 성당을 빙 돌며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앞쪽으로 돌아 나와 마주한 성당은 진짜 멋있었다. 

날씨도 너무 완벽하고, 복작거리는 광장도 기분좋고, 다른 건물들과 달리 성당건물이 유난히 하얀색이라 임팩트가 굉장했다.

 

 

그리고 두오모 옆에는 명품매장이 가득 있는 쇼핑센터가 하나 있었는데, 천장이랑 바닥이 멋있었다. 

 

 

 

4. 이탈리아는 젤라또! 그리고 아페롤 스프리츠

 

 

이탈리아에 왔으니 젤라또랑 아페롤까지 클리어!

 

젤라또 진짜 최고다. 스위스에서 먹는거랑 차원이 다름. 완전 대박 엄청 맛있다. 

젤라또를 고를때마다 내 최애 픽은 항상 피스타치오인데, 그 특유의 꾸덕하고 고소한 미숫가루같은 맛..?이 너무 좋다.

 

아페롤 스프리츠는 말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환타랑 미에로화이바? 해열제? 같은 맛의 시럽과 프로세코 와인, 탄산수를 섞어서 만드는 식전주다. 시럽때문에 엄청 취향은 아니었지만 색깔이 너무 예뻐서 기분내기엔 딱이다ㅎㅎ 왠지 저 쨍한 주황색을 보면 휴가나온 기분이 팍팍 든다.

 

 

이렇게 짧은 반나절정도의 시간동안 밀라노를 나름 알차게 즐기고 베네치아로 넘어갔다. 

아, 기차시간을 빠듯하게 계산하는 바람에 베네치아 가는 기차를 정말 거의 놓칠뻔했는데, 열심히 걷고 뛰고 걷고 뛰다가 지우가 순간의 기지를 발휘해서 눈앞에 보이는 버스에 올라타 다행히 무사히 세이프할수 있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잊을수없는 그 절박하던 순간ㅋㅋㅋ

 

으으 난 더이상 못뛰어... 하고 뛰다 멈춘 날 대신해서 내 여권까지 대신 들고 먼저 달려가 맡겨둔 짐까지 찾아온 든든한 그녀... 보고싶다...흑흑

땀 범벅이 된 채로 기차에 올라타서 숨을 고르던, 와 우리 진짜 큰일날뻔했다 하고 안도하던 그 기억들 마저도 지금에 와서는 다 너무 즐거운 일화가 되어버렸다.  지금 이 글도 실실 웃으면서 적고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밤 10시즈음이 되어서야 베네치아에 도착했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둘 다 완전 베네치아에 푹 빠져버렸다. 물과 배와 다리와 건물들이 한 데 섞여있는 풍경이 생소하면서도 이국적이라, '아 나 해외여행 왔구나' 하는 느낌을 제대로 받을수 있었던 곳이었다. 

 

그럼 다음 베네치아편도 시간이 나는대로 커밍 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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