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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베네치아 에 다녀온 뒤로 한동안 여행욕구가 잠잠했다가, 11월이 되니 다시 스물스물 올라오기 시작했다.
약 2주정도를 집에만 쳐박혀서 주말없이 일을 했더니 더더욱 휴식이 간절해졌다.
 
그런데 11월의 스위스는... 정말로 할 게 없다.
11월은 겨울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스위스 대부분의 케이블카나 산악열차들이 점검을 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밀라노랑 베니스를 다녀와서 도시 구경은 그닥 끌리지않고, 입이 떡 벌어지는 멋진 자연경관이 보고싶은데...
 
열심히 알아보던 중 결정한 곳이 바로 니더호른이다.
툰 호수를 거치는 유람선과, 특이하게 생긴 3단 케이블카, 산을 내려올 때는 하이킹과 스쿠터바이크까지!
알차게 재밌는 코스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 가는 길

 

우선 로잔에서 인터라켄까지 기차를 타고 이동한다.  그럼 본격적인 여행은 인터라켄에서부터 시작한다. 

인터라켄에서는 먼저 유람선🛳 을 타고 툰 호수를 가로질러 베아텐부흐트(Beatenbucht) 선착장까지 이동한다.

베아텐부흐트(Beatenbucht) 에서 베아텐베그(Beatenberg) 까지는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가고, 푸니쿨라를 내려서는 다시 3단 케이블카🚠 로 갈아타서, 꼭대기인 니더호른(Niederhorn)  까지 올라갈 수 있다. 

 

내려올때는 니더호른(Niederhorn) 에서 보라스(Vorass) 까지 걸어 내려온 후  보라스(Vorass) 에서 베아텐베그(Beatenberg) 까지 마운틴스쿠터를 타고 내려온 다음, 베아텐베그(Beatenberg) 에서 베아텐부흐트(Beatenbucht) 선착장까지 다시 아까탔던 푸니쿨라를 타고 내려와서 인터라켄까지는 이번에는 배 대신 버스로 이동했다. 배로 가도 되지만... 이쯤되면 춥고 피곤해서 그냥 얼른 돌아가고싶다.

 

사진 1. 니더호른 전체 개요

 

긴 여정을 총정리해보면 위 사진1 과 같다. 동그라미 안의 숫자는 전체 여정의 순서를 의미하고 아이콘은 이동방법을 나타낸다.. 아 어째 여행후기를 쓰다보니 논문쓰던 습관이 나오는거같다. 

 

이것저것 탈 것도 많고 이동할 것도 많지만, "아 니더호른 가기 더럽게 어렵네!" 할 게 아니라, 사실 저 모든 이동 하나하나 그 자체가 이미 여행의 일부였다. 산 정상도 예쁘지만, 유람선을 타고, 푸니쿨라를 타고 이동하는 그 순간순간도 다 너무 예쁘고 행복했다.

 

 

 


로잔 ▶ 인터라켄 ▶ 베아텐부흐트

 

아침 일찍 로잔에서 인터라켄으로 가는 기차에 올라탔다. 

스위스 사는 자의 특권인 '날씨좋은 날 골라서 여행가기' 의 덕을 이 날도 톡톡히 보았다. 가는 내내 날씨가 참 좋았다.

 

인터라켄이 가까워질수록 창 밖 풍경이 예뻐진다.

11월 둘째주라 단풍이 이미 다 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울긋불긋 단풍이 들어있는 산이 많아서 기분이 좋았다. 아직 늦지 않았어..!!

 

Interlaken West 기차역에 내려서 유람선 선착장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는 길조차 예쁘다... 푸른 호수랑 설산, 노랗고 빨간 단풍과 초록초록 풀밭이 정말 다채롭게 예뻤다.

 

유람선을 기다리는 동안 오리 구경을 오래 했는데, 얘들 자꾸 물 속에 머리박고 엉덩이만 저렇게 치켜들고 있다ㅋㅋㅋㅋ 처음엔 보고 ?저게 뭐지? 싶었는데 한참 기다리니까 머리가 뿅 올라옴

 

곧 도착한 유람선!

실내 2층은 1등석이고, 2등석은 야외로 나가거나 실내 식당칸에 있을 수 있는 것 같았다.

유람선도 Saver Day Pass 나 Swisspass 로 추가요금없이 이용할 수 있다. 

 

난 사진도 찍을 겸 바로 야외로 나가서 배 제일 앞에서 한참을 신나게 놀았다. 

 

와... 이건... 말도 안되게 예쁘다.

유람선 딱 하나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강폭도 좁은데 이렇게 다니는것도 신기하고... 양쪽으로 단풍이랑 햇살이 내려오는 데 정말 기분 최고였다. 와 나 진짜 호강하네? 하는 기분ㅋㅋㅋ

 

 

 

그러나... 여기서 예기치 못한 사고가 터지고야 마는데...

신나게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다못해 엄마랑 영상통화까지 하면서 유람선을 즐기다가, 내려야 할 베아트부흐트 역을 지나치고 말았다.. 근처 누구도 내리지 않길래 아직 도착 안한줄 알았는데 이미 지나쳐버림...

 

 

그리고 이 보트는 호수의 이쪽편과 저쪽편을 번갈아 정착하는 유람선인데, 베아트부흐트 다음 역인 Merligen 이나 Faulensee 는 니더호른이 있는 쪽의 반대편 선착장이라, 저기서 내리면 니더호른을 절대 갈 수 없다. 무조건! 니더호른과 같은 쪽에 있는 선착장에서 내려야 했고... 그게 Gunten 이었다. 

 

결국 나는 강제로 유람선을 한시간 반이나 타고, Gunten 에서 내린 다음, Gunten 에서 Beatenbucht 까지 버스를 타고 되돌아갔다. 

다행히 버스로 10분거리기는 했지만... 이미 예정보다 한시간이나 지체되어버린 상황 ㅜㅜㅜ

 

배는 하루에 두번, 그것도 12시에 한번 2시에 한번 운행하는게 전부라, 다시 배를타고 돌아가는건 불가능하다.. 무조건 버스타고 돌아가야함.


베아텐부흐트 ▶ 베아텐베흐그

 

이 구간부터 본격적으로 니더호른을 올라가는 티켓을 구매해야 하는 구간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내 원래 계획은 아래처럼, 내려올 때는 하이킹과 바이크으로 두 섹션은 티켓없이 내려오고, 티켓은 총 3 구간(푸니쿨라, 케이블카, 푸니쿨라) 만 구매할 생각이었지만, 시간이 지체되는 바람에 이게 어려워졌다.

 

Beatenbucht -(푸니쿨라)-> Beatenberg -(케이블카)-> Niederhorn -(하이킹)-> Vorass -(바이크)-> Beatenberg -(푸니쿨라)-> Beatenbucht 

 

 

바이크 대여가 오후 4시에 마감되기 때문에, 니더호른에서 보라스까지 하이킹을 해서 내려오면 시간을 맞출수가 없었다. 

그래서 변경한 계획은,

 

Beatenbucht -(푸니쿨라)-> Beatenberg -(케이블카)-> Niederhorn -(케이블카)-> Vorass -(바이크)->Beatenberg -(푸니쿨라)-> Beatenbucht 

 

즉 Vorass->Beatenberg 한 섹션만 바이크로 이동하고 나머지는 전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루트다.

 

 

첫번째 계획처럼 두 섹션을 하이킹+바이크를 타고 내려왔다면 Halffare 기준으로 22.5 CHF 에 모든 표를 살 수 있었지만, 한 섹션만 바이크를 타고 내려오는 걸로 바꿨으니 25.00CHF 짜리 표를 사야했다. 저 웹페이지에는 하행 기준 From Vorass - Beatenbucht 라고 되어있지만, Niederhorn - Vorass 에 대신 이용해도 상관은 없었다. 

 

즉, 내려오는 Niederhorn->Vorass->Beatenberg->Beatenbucht 에서 한 섹션만 하이킹(혹은 바이크)를 한다면 25프랑, 두 섹션을 뺀다면 22.5프랑!

 

설명은 여기까지 하고..

푸니쿨라 타고 올라가는 케이블카 영상을 자랑해야겠다. 

 

 

단풍은 다 졌을거라고 생각하고 크게 기대를 안했는데 정말 너무 예뻤다.

유람선 선착장 놓쳐서 계획 꼬인 것때문에 우울하던 게 한방에 사라져버리는 풍경.

 


베아텐베흐그 -> 니더호른

이 구간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다. 

 

 

날씨 최고고... 그냥 올라가는 내내 너무 예쁘다.

 

그리고 마침내 니더호른 도착!

 

 

 

 

 

검은 새인데 부리만 샛노란 예쁜 새. 넌 삶의 질이 참 좋아보인다.. 

 

니더호른 정상에는 밥을 먹을 수 있는 산장이 하나 있고, 더더 꼭대기까지 걸어 올라갈 수 있는 언덕이 있다. 

난 바이크를 타야 하므로 30분쯤 구경하고 바로 보라스로 내려왔다. 

 


Vorass -> Beatenberg

 

이 구간은 걸어내려갈 수도, 케이블카를 타고 갈 수도 있고, 아니면 나처럼 마운틴 바이크를 타고 내려갈 수도 있다.

 

마운틴 바이크는 14 CHF 에 대여할 수 있고, 여름 시즌부터 가을즈음까지 운영한다. 자세한 날짜는 아래 홈페이지 참고.

 

https://www.niederhorn.ch/summer-experience/scooter-bike/?lang=en 

 

Scooter bike | Niederhorn

The thrill downhill into the valley For children, it is the big finale, for adults perhaps something different, to ride down the mountain on a scooter bike! You choose the tempo yourself, and there are two routes. From Vorsass Mid-Station, you can ride on

www.niederhorn.ch

 

 

Vorass 역에서 돈을 내고 인적사항을 적으면, 이렇게 생긴 안장없이 서서타는 만들다 만 자전거같이 생긴 걸 빌릴 수 있다. 

 

 

마운틴 바이크를 대여해서 10분쯤 내려오다보면 중간에 A 코스 Rocky's Run 과 B 코스인 Happy's Trail 중에 자기가 원하는 쪽을 선택해서 내려올 수 있는데, Rocky's Run 은 20-30분 정도 코스고, Happy's Trail 은 60-90분짜리 코스다.

 

어차피 가격은 같으니 무조건 Happy's Trail 이지! 하고 선택해서 내려왔으나... 잘못된 선택임을 30분쯤 후에야 깨달았다.

상식적으로, 출발지와 도착지가 같은데 코스가 3배나 길다? 이건 다시 말해 경사가 가파르지 않고, 중간중간 평지나 오르막이 있다는 소리임을 왜 몰랐을까... 사실 홈페이지에도 써있었는데 그냥 읽고 넘기고 그닥 심각하게 받아들이질 않았다.

 

그런데, 마운틴 바이크를 타고 경사를 쓩쓩 내려가는건 엄청나게 재밌지만, 평지에서 발을 굴러가면서 타거나 오르막길을 끌고 올라가는 건 재밌지도 않고 체력소모가 크다. 또 올 일이 있겠나 싶지만... 다음부턴 무조건 짧은 코스로 간다.

 

 

그리고 사실 중간에 한 번 제대로 굴렀다.

 

마운틴 바이크 자체는 미취학 아동같아보이는 애기들도 탈 정도로 난이도 자체는 쉬운 기구지만, 나는 멍청하게... 인스타에 올릴 타임랩스 동영상을 구우욷이 찍겠다고 한손에 핸드폰을 들고 한손으로만 타다가, 한손으로만 브레이크를 잡으려니 브레이크가 잘 듣지 않아서 빠른 속도로 굴러버렸다. 

 

정말정말 다행히 어디 실려갈정도로 크게 다친 곳도 없고, 케이스조차 씌우지 않았던 핸드폰 액정도 무사했지만, 구르면서 아스팔트에 손이 갈려버렸다. 으으윽

 

한국이었으면 이거 꼬매야겠는데 싶을정도로 상처가 꽤 깊고 크게 벌어져서 흉터가 생길까봐 걱정되고... 그와중에 물티슈도, 휴지도 뭐 하나 없어서 흐르는 피를 닦을 길은 없고.. 아직 길은 한시간도 더 넘게 남아있고... 산 한가운데에서 매우 심난해졌다.

 

그나마 잔머리를 굴려서, 여분으로 하나 더 챙긴 마스크를 맥가이버 칼로 길게 자른다음 상처에 칭칭 동여매고 마스크에 있는 철사랑 고무줄을 뽑아서 손에 잘 고정을 시켰다. 그렇게 손에 마스크를 둘둘 감고 남은 한시간을 더 내려옴ㅋㅋㅋㅋㅋ

 

 

근데 그 와중에도 기분이 좋을 만큼 내려오는 길이 예뻤다. 

 

반납을 해야하는 Beatenberg 역에 가까워 질 때쯤엔 산을 다 내려오고 마을의 도로를 통해 바이크를 타야 했는데, 이 부분이 좀 지치고 재미없었다. 좁은 도로에 차도 다니고, 계속 평지거나 오르막길이라 바이크를 타고 가기도 불편하고 끌고가기도 애매한 그런 구간이 30분 이상 꽤 길게 있었다.

 


돌아오는 길

무사히 바이크를 반납하고, 다시 푸니쿨라를 타고 Beatenbucht 선착장까지 내려오니 막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노을이 너무 예뻐서 또 기분 좋아짐. 

정말 하루종일 기분 업앤다운이 장난 아니었던 날이다. 

 

시간은 오후 6시가 넘어가는데, 어떻게든 손 응급처치는 해야 할 것 같아서, 버스를 타고 Thun 역으로 이동했다. 구글지도에 보니 거기에 문을 연 약국이 있어서 제발제발 닫지마라...하면서 갔다.

 

그리고 다행히 약국에서 꽤 괜찮아보이는 밴드를 구매할 수 있었다.

 

 

이렇게 엄청 기다랗게 생긴 밴드라, 상처에 붙인 후에 남은 부분을 한바퀴 더 감아 고정시킬 수 있는 방식이었다.

다친 위치가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라, 영 밴드를 붙이기 애매했는데, 딱 잘 맞는 밴드였다.

 

손도 아프고 날은 춥고, 이제 슬슬 집에 갈까... 싶다가 그래도 저녁이나 먹고 들어가야겠다 하는 마음에 Thun 역 근처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여기도 크리스마스 장식을 예쁘게 해 놨다. 역시 크리스마스에 진심인 유럽인들..!

그러나 저 건물들 2층부터는 다 사람 사는 집인데... 나와 같은 빛 공해를 겪고 있을 저 사람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내가 찾아간 식당은 Primavera 라는 이탈리아 음식점이었는데, 분위기도 맛도 가격도 다 적당하고 만족스러웠다.

https://goo.gl/maps/VteyCuxXbGMA8TqQ9

 

Primavera · Obere Hauptgasse 46, 3600 Thun, 스위스

★★★★☆ · 이탈리아 음식점

www.google.com

 

맥주 한 잔에 라자냐를 시켰는데 진짜 대박 맛있었음.. 

미국에 살때도 여기 살때도 냉동 라자냐를 항상 쟁여두고 먹었는데 지금까지 내가 먹은 라자냐는 라자냐가 아니었다.

 

 

 

배도 든든히 채웠으니 다시 로잔으로 출발. 

 

아, 기차에서 보니 내 가방도 아주 제대로 긁여있었다.. 마음아파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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