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뤼에르
이번 주말에는 연구실 친구들과 그뤼에르를 다녀왔다.
거의 매 주말마다 반쯤은 의무적으로 돌아다니게 되는 것 같다.
두 달 남짓한 시간동안 주말은 겨우 8번, 그마저도 절반이 지났고, 비가 오는 주를 빼면 정말 순식간이다.
유럽을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스위스만 다 구경하기에도 벅찰 것 같다.
이번
테마는, 공장 견학!
그뤼에르 치즈 공장 (La Maison du Gruyere)과, 까이에 초콜렛 공장(Maison Cailler), 그리고 덤으로 그뤼예르 성(Chateau du Gruyere)까지 보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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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usanne Gare (로잔역)에서 모여서 그뤼에르로 기차타고 이동했는데, 편도로 Half-fare 적용해서 대략 20프랑 좀 안되게 나왔다.
가까운 거리 나들이인데, 우리나라에서 무궁화 타고 서울-천안 가봤자 5천원 안팎 나오던 거 생각하면 스위스 물가 진심 너무하다.
아침으로 간단하게 초코빵을 하나 사먹었다. 평범하게 밍밍한 맛이었다.
스위스 역에는 대체적으로 저런 느낌의 빵가게가 참 많다. 다 같은 컨셉으로 다 같은 빵을 팔고 있는 저런 가게들이 대여섯개는 되는 것 같았다.
기차를 타고 그뤼에르로 출발하고 얼마 있지 않아서, 라보 지역이 창밖으로 보였다.

넓게 펼쳐진 포도밭이랑 레만호의 모습이 너무 예쁘다.
정작 30분 거리에 가까이 있는 라보를 아직도 여행을 못 오고 자꾸 이렇게 기차에서만 보게 된다.
해가 막 뜬 이른 아침에 하이킹 한 번 하면 많이 덥지도 않고 참 좋을 것 같은데...

그뤼예르가 목축업으로 유명한 지역이라 그런지, 내일때가 될 수록 창 밖에 소들이 많이 보였다.
창 밖으로 보이는 소는 몽골에서 참 지겹도록 봤다고 생각했는데, 여기 소들은 몽골 소들에 비해 엄청 깨끗하고 예쁘다.
소는 다 그렇게 더러운 줄 알았는데 스위스는 소도 예쁘다...
그뤼예르 역에 도착하니 날씨도 덥지 않고 선선하니 너무 좋았다.
그런데 치즈 공장이 가동 시간이 정해져있는데, 그 때 들어가야 (그나마) 볼 게 좀 있다고 해서 바로 근처에 있는 그뤼예르 성을 먼저 보고 오기로 했다.

엄청난 오르막길을 한참을 걸어 올라가서 본 풍경은 나름 장관이었다.
네모네모 모양의 성벽 때문에 옛날 유럽느낌이 난다.
오목한 곳에 앉아 사진은 찍었지만 엄청 높아서 후들후들 했는데, 얼마 후에 온 외국인들은 저 볼록한 곳까지 기어 올라가서 점프샷을 찍는 걸 보고 기겁했다.
목숨걸고 사진 찍는 게 저런거구나 싶었다.

성 내부에는 작은 마을이 있는데, 그 중 한 상점에서 예쁜 돌맹이(!)를 팔았다.
예쁘긴 한데... 도대체 돌맹이를 누가 산담;; 하고 있었는데 같이 간 인턴 친구들이(특히 중국과 이집트 친구가) 너무 좋아했다.
음...먹지도 못하는 돌맹이....가격도 비싼데 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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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은 아기자기하고 예뻤다. 꽃도 많고 관리도 잘 되어있고 힐링힐링코스

에일리언 박물관? 같은 것도 있었는데 굳이 들어가진 않았다. 엄청엄청 배가 고팠기 때문이다.

그뤼예르 까지 왔으니 퐁듀를 먹어야지!
스위스 도착한 지 한달여만에 처음으로 퐁듀를 먹게 되었다.
사실 그닥 기대도 안했고, 기대할 것도 없는 음식이다. 녹인 치즈에 빵이랑 감자 찍어먹는게 끝.
그러다보니 저 '녹인 치즈'가 퐁듀의 맛을 결정하는데, 퐁듀를 만들때 어떤 치즈를 넣느냐가 퐁듀의 질을 결정한다고 한다.
그뤼예르 치즈 100퍼센트 퐁듀는 정말 비쌌고, 우린 그뤼예르 50퍼센트 짜리를 먹었다.
4명이서 퐁듀 하나 라클렛 하나 시켜서 먹었는데, 치즈 맛이 묘하게 달랐다.ㅋㅋㅋ 그래봤자 둘 다 치즈 녹인거...
퐁듀는 녹인 치즈를 '찍어' 먹는거고, 라클렛은 네모난 덩어리 치즈를 저렇게 윗면부터 뜨겁게 구워서(?) '긁어' 먹는거다.
빵이랑 감자는 계속 더 가져다 줘서 양은 매우 넉넉했다.
냄새가 너무 심해 아예 먹지 못했다는 경우도 많이 봤는데, 그냥 짭짤하고 진한 치즈맛이었다! 맛있....다고까지는 못하겠고 무난했음!
신기했던 건, 퐁듀 먹을 때 물을 못먹게 한다. 찬 물을 마시면 치즈가 뱃속에서 굳어서 소화가 안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데...
음 우리나라에서도 치즈닭갈비 같은거 먹으면 치즈 폭탄으로 얹어주는데 딱히 사이다를 못먹게 하진 않았던 거 같아서 그냥 물 마심.
어차피 물 안마셨으면 느끼해서 죽었을 거다.
퐁듀를 먹고 나서, 바로 그뤼예르 치즈 공장으로 이동했다!

메종 드 그뤼예르!
치즈공장도, 초콜렛 공장도 둘 다 '메종' 어쩌고 하길래 메종이 공장인가보다! 했는데 House 라는 뜻이라고 프랑스어 가능한 친구가 알려주었다.
생각보다 북적북적 사람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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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날씨가 너무너무 좋았다! 마을 분위기가 참 예뻤다..
1인당 입장권을 구매하고(학생 할인 받아서 샀는데 얼마였지.. 5~10 사이쯤 됐던 거 같다) 들어가니 치즈 시식을 할 수 있었다.
원래는 3개짜리 한 팩을 기념품처럼 준다고 봤는데 (그리고 들고 나가는 사람도 봤는데) 왜 우리는 그거 안주고 이렇게 시식하게 해둔거지ㅠㅠ
퐁듀 먹은 직후라서 한개씩만 딱 먹고 못먹었다.

각각 숙성 3개월, 6개월, 9개월 이었나? 12개월? 아무튼 숙성 기간이 다른 치즈들이었는데 숙성이 길 수록 짜진다고(salty) 했다.
치즈는 아래 사진처럼 저렇게 엄청나보이는 규모로 저장한다.

이게 썰어서 팔면 다 얼마야... 우왕....
치즈 공장 입장료도 받고 하길래 좀 기대했는데 이게 전부다. 그냥 이게 끝!
허무해서 저 빙빙 돌고있는 거 10분쯤 쳐다보다가 나왔다. 허허허허허....
그리고 바로 기차타고 까이에 초콜렛공장 으로 이동!!

공장이라는데 대 저택같은 느낌이 난다. 여기가 초콜렛만드는 곳이 아닌가?
사람도 많고 북적북적하더니, 들어가서 표를 끊어보니 한시간 반쯤 대기를 해야 투어를 시작할 수 있다고 한다.
표를 구매하는 순서대로 대략 스무명정도씩 그룹을 짜주고, 그룹별로 입장시간이 정해져 있다.
그래서 한시간 반정도를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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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렛 공장이다 보니, 다행히 이것저것 구경할 건 많았다. 순간 지름신이 훅 와서 초콜렛을 잔뜩 살 뻔했는데, 엄청난 자제력으로 참았다.
아무리 기다려도 차례가 오지 않고... 아침부터 여행을 시작해서 너무 피곤하던 차에, 마침 까이에 초콜렛의 역사를 보여주는 상영관이 있었다.
그래서 거기 들어가서 한시간 잤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는 동안 계속 같은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ㅋㅋㅋ
그리고 드디어 그룹 입장 시간이 되어서 투어 시작!!
까이에 초콜렛 공장은 그래도 돈이 아깝지 않다 싶을 정도로 잘 되어 있었다.
테마파크처럼 초콜렛의 아주 옛 역사부터 차례차례 방을 이동하면서 설명해주는데, 너무 재밌었다.ㅋㅋ 물론 영어 리스닝은 힘들었다.
한참 가다보면, 초콜렛에 들어가는 재료들도 다 직접 만져보고 먹어볼 수 있는 코너가 있었다.
거기서 카카오빈이나 카카오버터, 헤이즐넛, 등등을 다 만져보고 먹어보고 체험할 수 있었다.
실제 바닐라를 처음 봤는데, 나무 막대기 처럼 생긴 게 냄새가 참 좋았다.

초콜렛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볼 수 있었다! 너무 신기했다ㅋㅋㅋㅋ긴 막대기 같던 초콜렛이 콩콩콩 예쁘게 썰린다.

이건 움직이는게 신기해서ㅋㅋㅋㅋ동영상 찍었다. 어떻게 알고 초콜렛을 한개씩 쏙쏙 집어간다.ㅋㅋㅋ

순서대로 밀크초콜렛/화이트초콜렛/다크초콜렛의 구성요소를 나타낸 건데,
밀크 초콜렛은 우유가 50퍼센트가 들어가고, 화이트 초콜렛은 카카오가 하나도 들어가지 않고 카카오버터랑 우유, 설탕만 들어간다. (충격)
다크 초콜렛은 50퍼센트가 넘게 카카오가 들어가고 우유가 안들어 가는 대신 설탕이 더 많이 들어간다(2차 충격)
구경을 차례차례 다 마치고 나면, 드디어!!
무제한 초콜렛 시식

되게 비싼 고급 초콜렛인데, 그 중에서도 Assorted 종류로만 예쁘게 전시를 해 두고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되어있었다... 대박..
열심히 먹어보았으나 초콜렛을 한번에 너무 많이 먹는건 역시 불가능했다ㅠ
좋은 초콜렛은 먹고 나서 찝찝함 없이 기분이 좋아야 한다고 써있었는데, 더운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초콜렛을 그렇게 많이 먹고 나왔는데 불쾌하지 않고 행복했다.
좋은 초콜렛이 맞나 보다.
그렇게 방에 돌아오니 저녁이 되었고... 매우 피곤하지만 알찬 일요일을 보냈다.
- 아, 한 주 지났으니까 이번은 아니고 저번 주말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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