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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주말마다 나들이(?)를 다니다 보니 여행후기 글 정리해서 올리기에도 벅차서 정작 여기서 보고 느낀것들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일상 생활속에서 소소하게 느낀 것들은 사진으로조차 남지 않아 이렇게 정리해두지 않으면 다 잊혀질 것만 같다.

 

내가 느낀 스위스 (and 미국)

작년에는 4개월 동안 미국을, 올해는 2개월 간 스위스에서 생활을 했는데 그러다 보니 두 나라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비교된다.
둘 다 낯선 땅 외국이고, 영어를 사용하는 곳이다 보니[각주:1] 언어적, 문화적 고충들은 나름 비슷하다.
 
특히 한식이 매우 그리워지는 타지생활이라는 게(?) 비슷하다.
 
그럼에도 두 나라간에 다른 점들을 참 많이 느꼈고, 다른 점들을 비교했을 때 스위스가 참 좋은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식문화

미국        비만으로 악명 높은 미국답게 대부분의 음식들이 '매우' 짜고, 매우 달다. 특히 음식의 양이 너무 많은데, 식당에서 1인분을 주문하면 2인분 이상이 나온다. 가격은 대략 20달러 내외. 그래서 항상 이걸 절반가격에 절반만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제일 불만스러웠던 건, 몸에 좋은 음식은 너무 비싸고, 몸에 안좋은 음식일수록 가격이 저렴하다는 거였다. 당연히 좋은 식품이 비싼 건 이해하지만, 그 정도가 매우 심했다. 샐러드볼 하나 먹으면 15달러쯤 하는데, 다이닝코트에서 무제한 뷔페를 먹으면 11? 12달러쯤 한다. 맥도날드에서는 1달러짜리 햄버거를 팔고, 공장에서 나온 각종 튀김이나 냉동식품들은 KG단위로 파는데도 엄청나게 저렴하다. 반면 신선한 과일, 야채는 훨씬 비쌌다.  지갑 사정을 생각할 수록 자연스럽게 몸에 안좋은 것을 찾게 되고, 살이 찔수밖에 없는 환경이 된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소득/교육 수준에 따라서 사람의 체형이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비만의 나라라고 하더니 캠퍼스 안에서는 뚱뚱한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여자든 남자든 다들 운동으로 다져진 너무나 건강하고 멋진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반면, 버스운전기사, 마트 직원, 청소부, 같은 사람들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0.1톤을 훌쩍 넘는 심각한 수준의 비만인 것을 종종 수 있었다. 빈민가의 경우 과일, 야채보다 감자튀김이나 냉동패티가 훨씬 싸니 자연스럽게 다들 그런 음식들을 사먹게 되고, 지역의 과일/야채 가게들은 문을 닫고, 결과적으로 해당 지역에서는 아예 신선식품을 구매할 기회조차 없어진다고 한다. 케찹은 알지만 토마토가 뭔지조차 모르는 초등학생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빈부격차가 건강과 직결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너무 슬픈 일이라고 생각했다.
 
 

스위스        일단 여긴 음식이 맛이 없다. 맛있는 게 없다. 다들 미각이 없나보다. 스위스에서 제일 유명한 대표 음식인 '퐁듀'는 그냥 냄비에 치즈를 녹여서 빵이랑 감자를 찍어먹는거다. 정말 생각한 그대로 빵과 치즈맛이 난다... 물가도 엄청 비싸다. 미국이 20달러에 2인분을 준다면, 여기는 30달러에 0.8인분을 준다. 대부분의 음식들은 매우 건강한 유럽형 식사들이다. 제일 대표적인 주식이 샐러드, 샌드위치, 바베큐. 샐러드도 이것저것 맛있는 토핑을 잔뜩 올려 먹는게 아니라 '야채+당근+오이+토마토+치즈가루' 이렇게 해서 8달러쯤에 판다. 샌드위치는 이가 부러질것같이 딱딱한 벽돌빵에 야채+토마토+치즈 가 들어있다... 미국에서는 마트에 가면 냉동/가공식품 코너가 2/3, 신선식품이 1/3 정도 되었는데, 스위스는 냉동/가공식품이 20%, 신선식품이 80%정도 되는 것 같다. 생전 처음보는 과일, 야채, 유제품들이 정말 많았다. 또 놀라웠던 점은... 우리나라보다 대부분의 식품들보다 유통기한이 훨씬 짧다. 특히 우유와 고기류의 유통기한이 짧다. 표기만 짧게 되어 있는게 아니라 정말 순식간에 상해서 못먹게 되어버린다. 우리나라에서는 닭고기를 사도 냉장고에서 3-4일쯤은 충분히 보관할 수 있었는데, 이곳의 닭고기는 이틀만 지나도 못먹을정도로 냄새가 난다. 냉장고 성능이 구린것도 아닌데. 아무래도 방부제를 덜 쓰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유기농이 아닌 제품을 찾기가 더 힘들다.

 


인종차별

 
사실 스위스에 오기 전에 스위스는 인종차별이 심하다고 해서, 걱정을 좀 했다. 
 
미국과 스위스 양쪽 모두에서 느낀 점은 '배운 사람들 사이에서는 인종차별이 없다' 는 것이었다. 캠퍼스 내에서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인종차별을 느낀 적은 한번도 없었다.
오히려 캠퍼스 밖을 나갔을 때 좀 어린 애들(고등학생 쯤 되어 보이는)이나, 행색이 초라한 할아버지들에게서 몇 번 인종차별을 느꼈던 것 같다. 
 
사실 스위스에서는 내가 프랑스어를 전혀 하지 못하기 때문에 영어로만 소통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종차별을 덜 느낄 수도 있다. 
어쨌든 그냥 느끼기에는 스위스보다 미국에서 인종차별을 더 많이 겪었다. 
 
미국에 있을 때는, 도로를 걷고 있으면 클락션을 크게 울려대며 창문을 내리고 알수없는 말을 소리치며 스쳐 지나가는 사람도 있었고, 스타벅스에서 계산이 잘못 되어서 영수증을 보여주며 말했는데, 잘 들으려고조차 하지 않고 신경질난다는 듯이 뭐라고 쏘아붙이고 가버린 직원도 있었다. 내가 뭔가 말을 했을 때, 영어가 깔끔하지 않거나 발음이 불분명하면 인상을 찌푸리고 신경질을 내는 경우가 잦았다. 그럴 때마다, '영어를 못하는 내 잘못'이기 때문에 더욱 움츠러들게 되었던 것 같다.
 
스위스에서는, 여기가 불어권임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를 할 줄 알고, 매번 'Sorry, I don't speak French' 라고 양해를 구해야 하는 것만 제외하면, 다들 친절하게 영어로 소통해준다. 그 사람들도 모국어가 아니라 그런건지는 몰라도, 내가 영어를 깔끔하게 하지 못해도 신경질을 내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문화

스위스에 와서 느낀 인상은 진짜 '선진국' 같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흔히 헬조선, 이라고 표현하는 우리나라의 각종 문제들(ex, 빈부격차, 소득격차, 학벌주의, 경쟁주의, 자본주의, 워라밸 파괴, 취업난 등등)을 이곳에서는 거의 느끼지 못했다. 
반면 미국은 오히려 대부분의 문제들이 더욱 심화된... 더 강력하고 진화하고 더 어마어마한 규모의 헬조선 처럼 느껴졌다. 
 
우리나라의 빈부격차에 다들 불만을 가지지만, 미국의 빈부격차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가난한 집에서도 머리 좋고 똑똑한 애가 인강 열심히 들어서 좋은 대학 가는것이 힘들긴해도 가능한 우리나라에 비해, 미국은 높은 학비로 인해 그조차 힘들어보였고, 애초에 슬럼가가 따로 구분되어 있는 것도 그렇고.. 신분상승이 기회가 더 극한 느낌이었다. 반면 스위스는 어마어마하게 높은 물가와, 그에 맞게 높은 임금을 자랑한다. 마트 캐셔도 연봉이 1억이 넘는다고 한다. 빈부격차가 없는 곳은 없겠지만, 스위스에서는 한번도 그 심각성을 체감으로 느껴본 적은 없다. 경쟁도 우리나라에 비해 매우 적은 것 같다. 애초에 다른 사람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취업난은 우리보다는 나아보였다. 미국은 기회의 땅! 크게 잘하는 것 같지 않아보이는, 솔직히 말해서는 내 동기들이 쟤보다 백배는 잘하겠다 싶은 멍청해보이는 애도 페이스북 인턴을 가더라. 크게 대단한 스펙이 없어도 컴공을 전공하면 우리가 꿈의 직장이라고 하는 곳에 우리보다 훨씬 낮은 진입장벽을 가지고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아보였다. 스위스 역시 대학원 진학하는 스위스 대졸자가 거의 0퍼센트라고 한다. 이유는 대학만 졸업해도 금융권이나 좋은 기업에 쉽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워라밸..은 진짜 스위스 최고다. 처음 연구실을 출근하고 나서, 7시쯤 퇴근해서 8시쯤 집에 도착했는데 프랑스인 룸메가 너무 놀라면서 왜 이렇게 늦게 오냐고 그랬다. ???한국에서는 새벽 1시에 들어가도 일찍들어간다고 좋아했는데...??? 하고 한국의 삶을 조금 말해주었더니 기겁을 한다. 도대체 그렇게 늦게까지 있으면 저녁은 언제 만들어 먹어? 정원은 언제가꿔? 빨래는? 청소는? 강아지는 안키워? 넌 취미도 없어? 그렇게 일만 하면 너의 삶은? 너의 행복은? 하며 우리의 (너무 당연한) 삶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한테는 당연한건데...뭐라고 설득해보고 싶었으나... 전혀 불가능... 아무도 그런 삶에 불만이 없어?? 왜 다들 그러고 사는거야?? 라는 질문에도 할 말이 없었다ㅋㅋㅋ음...그냥 다들 성공하고 싶은 건데... 스위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행복'하기 위해 일을 한다. 일을 하는 것은 내 행복을 위한 '수단'인거지 '목적' 이 될 수 없다고 한다. 나를 포함한 한국에서의 수많은 주변 사람들은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 고생하는 것을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곳의 사람들은 지금 행복하지 않은데 어떻게 미래에 행복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지금의 '나'도 내 인생이고, 더욱 가치있는 젊은 '나' 인데, 왜 현재를 희생해야 하는지 물었다. 행복하기 위해 일을 하기 때문에, 절대 무리해서 일하지 않고, 주말이나 밤에도 일하지 않는다. 저녁이 되기 전에 퇴근해서 가족과 함께 정원에서 바베큐를 해먹고, 주말에는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러 여행을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9-10시 사이에 출근해서, 정말 빠르면 11시, 보통 12-1시에 퇴근했고, 바쁜 시기에는 통금을 지나 5시에 들어가는 날도 정말 많았다.
오죽하면 시험기간에 통금이 해제되기만을 기다리다가, 통금이 해제되면 1시 넘어서 들어갈 수 있다고 행복해했다.
 
이 곳에서는 자기 할 일만 하면 출퇴근 시간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게다가 자기 할 일, 조차 빡세지 않다. 
내 사수는 수/목요일 에만 출근하고 월/화/금에는 자택근무를 하는데, 그러다 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월/화/금 에는 푹 자다가 점심쯤 출근하고 수/목에만 10시-11시 사이에 출근한다.
퇴근은 6시를 넘겨본 적이 거의 없다..
 
우리나라가 헬조선인 이유를 급격한 경제성장 때문이라고 하는데, 오랜 경제 성장을 거친 '제대로 된' 선진국은 이런 것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았다.
 

기후

덥다. 안더울 줄 알았는데 덥다. 근데 올해가 특히 좀 심각하게 더운거라고 한다. 작년 이때보다 10도나 더 높다고 한다. 지구 멸망할 건가보다. 
그래서 방에도 에어컨이 없다.죽을거같다. 그나마 연구실에는 에어컨이 있다.  선풍기는 스위스에 온 뒤로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습도도 매우 높다고 일기예보에 자꾸 경보가 뜨는데, 음....전혀...? 매우 쾌적하다. 
그늘에 서있으면 에어컨을 틀어둔 것처럼 시원해진다. 그래서 그늘만 찾아다니며 걷게 된다.ㅋㅋㅋㅋ
 
엄청 덥긴 한데 한국 일기예보를 보면 그나마 다행이구다 싶다
 

기타

스위스 사람들은 배려심이 참 많은 느낌이다. 
우선 모두가 쫓기지 않고 여유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버스를 탈 때에도, 버스 정류장에 버스가 도착하는걸 보더라도 뛰지 않아도 된다. 내가 그 버스에 타고싶어요..! 라는 눈빛으로 기사아저씨를 쳐다보면 정류장까지 천천히 걸어가더라도 기다려준다. 충격적이었다. 사실 난 아직 한국물이 안빠져서 그래도 뛴다.ㅋㅋㅋ 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보면, 버스가 기다리는 데도 저 멀리서 천천히 걸어와서 타는게 신기했다.
 
교차로에서도 일단 기다린다. 혼잡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기다리다 보면 차가 없는 순간이 온다. 굳이 무리해서 끼어들기를 하지 않는다. 

스위스에 도착한 후, 클락션을 울리는 소리를 단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도 거의 보지 못했고,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없는 곳도 많다. 그냥 그 앞에 서있으면 지나가던 차가 무조건 멈춘다. 차가 오고 있는 걸 보고 '저 차 지나가면 지나가야지' 하고 타이밍을 보고 있으면, 차가 쭈우우욱 와서 횡단보도 앞에 딱 선다.ㅋㅋㅋㅋ그냥 횡단보도가 보이면 설 필요 없이 지나가면 차가 알아서 100프로 무조건 선다... 

 

 

음, 그리고 시간을 지키는 것이 매우 정확하다. 대중교통 시간이 어떻게 1분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도착할 수 있는지 아직도 그 비밀을 모르겠다. 11분에 도착하는 버스는 무조건 정확히 11분에 온다. 기차도, 지하철도, 세미나 시간도 1분 단위로 정확하다.

 


지리적 위치

스위스 지리적 위치 최고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 스위스 자체는 또 매우 작아서(끝에서 끝까지 3시간 걸림) 어느 나라든 쉽게 갈 수 있다. 내가 사는 로잔에서부터 프랑스 파리까지 TGV를 타면 1시간밖에 안걸리고, 이탈리아 밀라노까지도 직통열차가 있다. 영국가는 비행기도 7만원이면 구할 수 있다. 
 
이러니 주말마다 어디로든 여행을 가지 않으면 손해인 기분이다. 처음에는 유럽 일주를 하고 와야겠다! 생각했는데, 스위스 자체만으로도 가볼 곳이 너무 많다.
알프스라던지, 호수라던지, 자연 환경이 너무너무 예쁜 곳이다. 그래서 굳이 다른 나라 여행을 가지 않고 스위스나 열심히 구석구석 보고 가자 생각했는데 그 조차도 두달로는 힘든 느낌이다. 
 
 
 

 

내 인생에서 이런 '제대로 된' 선진국에 사는 날이 또 언제쯤 올 수 있을까. 

 

귀한 여름방학 두달을 온전히 이 곳에 사용했고, 이 선택으로 인한 여파가 얼마나 클 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인생 전체로 보았을 때 다시 없을 경험일 것 같다.

느낀 점도 많았고, 참 행복했던 한달이었다.

 

 
  1. 물론 스위스 로잔은 불어권이지만 난 불어는 하나도 못하고 영어만 하니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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