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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한국을 방문할 목적으로 여름인턴을 잡지 않았었는데, 코로나 시국이라 한국에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굉장히 많았다.

공항을 오가는 것도 걱정되었고, 한국에 입국한 뒤로 2주 자가격리를 해야하는 것도 꽤 부담스러웠다.

본래 일정은 4주정도 다녀올 생각이었지만, 2주 격리를 하고 나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아 6주로 일정을 늘려 5월 5일부터 6월 23일까지 한국에 머물게 되었다.

 

준비

한국행 뿐 아니라, 어마어마하게 많은 비행기들이 대부분 취소돼서 직항을 구하는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다행히 애틀랜타-인천 직항노선이 주 3회 운행되고 있었고, 아슬아슬하게 예약에 성공할 수 있었다.

코로나 시기동안은 예약 무료 취소/변경을 해준다고 해서 예약하는데 그나마 부담이 좀 덜했던 것 같다.

 

출국

출국을 앞둔 며칠 내내 한국 입국후기들을 열심히 찾아보았던 것 같다. 정작 짐은 출발하기 직전 새벽에 싸기 시작했지만... 

[미국공항 - 기내 - 한국공항] 으로 이루어진 3단계의 코로나 고위험구간을 무사히 통과해 도착해야 한다.

한국에 도착하게되면 당일, 혹은 다음날 바로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하는데, 양성이 나온다면 상당히 골치아파질 것이다. [각주:1]

 

한달 이상 집을 비워야돼서 집 정리에도 시간을 꽤 많이 들였다. 안쓰는 가전제품 콘센트들도 다 뽑아두고, 냉장고도 비우고, 혹시라도 상할 것 같은 보관식품들도 얼른얼른 해치웠다.

 

출발

다행히도 지인의 도움을 받아 우버대신 자가용을 타고 공항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코로나 시국인데도, 기존이랑 똑같이 기내식이랑 간식, 음료들이 제공된다고 하는데 도저히 불안해서 먹고싶지가 않았다. 먼저 한국으로 떠난 지인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집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마스크를 절대 벗지않고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다고 했다. 정말 기내식을 포기해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한국에 가면 훨씬 맛있는 것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큰 결심을 하고 나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

 

대신, 라이드를 제공해준 오빠가 아침까지 사서 픽업을 와 준 덕분에 당일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출발했다. 칙필레 모닝메뉴 진짜 대박 맛있다. 미국가면 또 먹어야지.

 

공항은 정말 현실감이 없을 정도로 텅텅 비어있었다. 게임이나 영화를 보다 보면 다양한 아포칼립스 설정들이 등장하는데, 마치 어느 날 갑자기 인구가 증발해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큰 공항에 열려있는 카운터는 딱 두곳이었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마스크와 니트릴장갑, 페이스가드까지 최대한으로 중무장 하고 탑승수속을 마쳤다. 

 

델타에서 예약할때 COVID 시국이라 모든 좌석을 한자리 건너 하나씩 배정한다고 안내하기도 했고, 주변 친구들도 옆자리 다 비우고 넓게 갔다고 하길래 내심 옆자리가 비어있을 걸 기대했는데... 대한항공 공동운행이라 그런건지 완전히 만석이었다. 그리고 15시간의 대장정동안 정말 밀봉되어있는 생수 한병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먹지도 않았고, 기내 화장실도 안 가고 자리에서 꼼짝없이 앉아있다가 내렸다.

 

인천공항 도착

인천 공항에 딱 도착하니 여기저기 보이는 한글들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거의 일년만의 귀국인데, 지금까지 해외에 몇달 체류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이 가장 한국을 오래 떠나있었던 시기였다. 공항에 도착하면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어플을 깔아서 개인정보를 입력해야 하고, 완료한 화면을 직원에게 보여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줄에 설 수 있다. 다들 그 앞에 옹기종기 모여서 어플깔고 입력하고 하면서 지체되는데, 미국에서 미리 다 해놓고 와서 바로 줄에 설 수 있었다.

 

 

줄 서서 기다리면서 이런 것도 받고, 차례가 오면 군인들이 이것저것 질문을 한 후에 내가 어플에 입력했던 보호자 연락처에 직접 전화를 걸어본다. 정말로 통화가 연결되는 진짜 번호인지 확인까지 하는 철저함에 진짜 감탄했다.. 그러고 나면 또 무슨 서류를 받아서 개인정보를 작성하고, 하라는대로 이동하면서 절차대로 검역증을 받고 열감지카메라를 거쳐 드디어 짐을 찾아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된다.

 

인천공항이 이렇게 한적하다니...

 

밖으로 나오면 다시 직원들이 자가용으로 이동할 것인지, 공항철도로 이동할 것인지 물어보고, 각각 안내해준다. 이때부터 만 14일간 자가격리가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아무데도 들리면 안되고 곧장 집으로 가야한다ㅜㅜ 다행히 부모님이 데리러 와 주셔서 자가용으로 이동했는데, 차에 타자마자 철저하게 앞좌석과 격리당했다... 엄마아빠 최고..

 

 

그렇게 우여곡절을 거쳐 힘들게, 그래도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강제 집콕 생활 시작

비행기 안에서 아무것도 못먹고 쫄쫄 굶었기 때문에,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밥을 먹었다. 영광스러운 첫끼의 주인공은, 심사숙고한 끝에 병천 아우내장터 순대국밥으로 결정했다. 미국에서는 절대 먹을 수 없는 고향의 맛!

 

자가격리자는 14일동안 현관밖으로 단 한발자국도 나가서는 안되는 건 당연하고, 심지어 집 안에서도 가족들과 생활공간을 분리해야 한다. 화장실도 따로 써야 하고, 생활하는 방도 따로 지내야하고, 같이 식사를 하거나 가까이서 대화를 하는것도 금지라고 한다.. 

너무 오랜만에 집에 왔는데, 내 방에 갇혀서 [각주:2] 마주앉아 회포를 풀지도 못한다는게.. 어쩔수 없는 상황이라는게 100퍼센트 이해는 가지만 묘하게 서러운 기분도 들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딸 온다고 부모님이 거실에 풍선으로 장식[각주:3]도 해 두시고, 케이크까지 사서 미니냉장고에 넣어두셔서 도착한 첫날부터 행복지수가 쭉쭉 올라갔다.

 

  1. 최악의 경우, 한국에 있는 내내 격리당할지도 모르는 일. [본문으로]
  2. 심지어 부모님이 방문까지 거대한 비닐을 붙혀 봉인해 놓았다 [본문으로]
  3. 어서와♡이쁜딸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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