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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5일. 드디어 스위스로 거처를 옮기는 날이 왔다. 

코로나 때문도 있고, 체류 기간 때문도 있지만, 이번 스위스 이주는 이전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준비할 게 많았다. 

출국 전부터 각종 절차들과 서류들을 놓칠세라 항상 긴장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한 스텝 정리가 되어서 출국 전부터 입국까지의 여정을 기록해본다. 

 

사전 준비

스위스로 떠나기 전에 미리 준비해야되는 건 (1) 비자, (2) Entry Form, (3) PCR 테스트 결과지, 이렇게 총 세가지로 볼 수 있다.

 

이 중 비자는 이전에 따로 포스팅을 작성했다. 

스위스 학생비자 신청하기 (미국에서 신청 / 한국에서 수령)

 

스위스 학생비자 신청하기 (미국에서 신청 / 한국에서 수령)

지난 번 인턴은 약 10주정도 진행했던 거라 따로 비자가 필요없었지만, 이번 방문은 무려 7-8개월정도로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비자를 발급받아야 했다. 미국 비자는 종류도 다양하고 신청 절차

persona-p.tistory.com

 

PCR 테스트는 우리나라의 경우 인천공항에서도 할 수 있고, 인터넷을 찾아보면 그냥 자기 사는 곳 근처 병원중에서도 해 주는 곳들이 있다. 인천공항에서 테스트를 하면 테스트 한 후 결과가 나올때까지 공항에서 한참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지역에 있는 병원이 인천공항보다 심지어 더 저렴한 경우도 많으니 미리 확인해서 출국 전에 집근처에서 받으면 더 좋을 것 같다. 단, 스위스 입국 기준 72시간 이내에 검사한 결과여야하니 시간 계산을 잘 해봐야한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내 경우 PCR 테스트는 비행기를 타기 전에 한 번, 샤를드골 공항에서 제네바 공항으로 넘어가는 탑승구에서 한 번, 이렇게 총 두 번 검사했다. 

 

 

 

Entry Form 은 아래 링크에서 작성할 수 있고, 출발하기 전에 아무때나 미리 작성하면 된다. 

https://swissplf.admin.ch/formular

 

Einreiseformular

 

swissplf.admin.ch

작성에 딱히 어려운 건 없고, 만약 비행기 좌석이 체크인할때 변동되거나 하면 신청한 후에 메일로 오는 링크에서 나중에 아무때나 수정할 수 있다. 그런데 출국부터 입국까지 딱히 검사를 하진 않았다. 

 

 

 

체크인

유럽행 비행기는 위탁수하물로 23kg 캐리어 한 개, 기내용 수하물로 12kg 한 개를 가져갈 수 있다. 

그런데, 물가도 비싸고 한인 마트도 찾기 힘든 스위스에서 여름-가을-겨울을 버텨야 하는데 도무지 저 무게로는 필요한 걸 다 챙길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위탁 수하물을 추가하더라도, 그렇게 해서 가능한 한식을 최대한 바리바리 싸 가는 게 오히려 돈을 더 아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각주:1] 결국 나는 위탁수하물을 3개로 늘리는 선택을 하고야 만다.

 

그렇게해서 내가 가져가게 된 짐은 23kg 캐리어 3개, 기내용 캐리어 하나, 백팩 하나.. 거의 100kg 에 육박하는 짐을 가지고 왔다.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가져가보겠다고, 캐리어 3개를 각각 23.5 kg 으로 정확히 맞춰서 공항으로 향했는데, 공항에서 무게를 재 보니 캐리어들이 전부 25kg 으로 측정되었다. 체크인을 해 주는 직원이 짐을 버리든 정리를 하든 오버차지를 하든 결정하라는 청천벽력같은 주문을 했다. 오버차지를 하면 캐리어 당 100 USD를 내고 32 kg 까지 무게제한을 올릴 수 있는데, 그럴거면 진작에 업그레이드 하고 짐 더 가져올 수 있었는데ㅜㅜㅜ하는 아쉬움도 있었고, 이미 수하물을 두개나 유료로 추가한 상황이라 오버차지까지 더 추가하기가 부담스럽기도 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을 하다가 문득 다시 벨트위의 저울을 보니 무게가 다시 23.5 kg 라고 표시가 되어있었다. 내 말에 직원도 무게를 다시 체크해보더니 23.5 kg 맞네, 저울이 좀 오락가락해, ㅇㅋ체크인 끝났어~ 하고 쿨하게 다시 통과시켜주었다... 

 

그 짧은 시간동안 얼마나 마음졸이고 난감해하면서 온갖 고민을 다 했는데!! 왠지 억울한 마음이 스물스물 올라오면서도 그래도 0.5 kg 씩 넘은거 봐줬으니 나도 쿨하게 봐준다.. 

 

 

보안검색대

와 보안검색대에서 걸려보긴 또 처음이었다. 시작부터 자꾸 사건들이 생긴다. 

리튬 배터리는 위탁수하물로 보낼 수가 없어서 전자제품은 전부 기내용 캐리어에 쓸어담았는데, 아무래도 그게 화근이었던 것 같다. 

 

보안검색대에서 노트북이나 타블렛이 있으면 다 꺼내라고 하니 그것들은 쏙쏙 잘 꺼내서 분리했는데, 기내 캐리어에 있던 드론과 각종 전자제품들이 엑스레이상에서 어지럽게 얽혀있었어서 결국 짐을 하나하나 다 풀어보고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했다. 안그래도 기내용 캐리어가 무거운 편이라 조마조마한데 자꾸 걸리니 마음도 불안하고.. 다음부턴 제발 좀 기내엔 가볍게 들고 타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다. 

 

 

기내

기내용 캐리어를 머리 위 선반에 올려야 하는데 키도 작고 캐리어는 너무 무거워서 한참을 혼자 못 올리고 낑낑거리고 있었다. 다행히 바로 뒤에 오시던 한국인 남자분께서 "도와드릴까요?" 하시고는 올리는 걸 같이 도와주셨는데 고맙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고ㅠ 다음부턴 제발 기내엔 가볍게... 

 

 

 

코로나 때문인지 다행히(?) 비행기는 텅텅 비어서 내 줄에 앉은 건 나 밖에 없었고, 세 칸에 걸쳐 편안히 누워서 갈 수 있었다. 

 

내가 탑승한 에어프랑스의 Boeing 777-300ER 기종은.. 음... 매우 오래된 비행기같은 느낌이었다. 한국과 아틀란타를 오고가는 대한항공의 비행기는 막 스크린도 크고! 창문도 버튼형으로 자동 햇빛차단이 되는 신기한 창문이었는데..! 이 비행기는 스크린도 쪼그맣고 UI 도 매우 구리고 오랜만에 보는 저 리모컨도 달려있고 창문도 수동이었다.

 

무엇보다 제일 문제였던 건, 볼 영화나 드라마가 전혀 없었다.. 한국어로 서비스되는 영화가 몇 개 있기는 한데 정말 너무 옛날 영화고 정말 거의 다 이미 봤던 것들이라 전혀 보고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것들만 모여있었다.. 거기다 델타에서는 항상 있던 기내와이파이조차 없음!

 

 

 

 

비행기에서 정말 할 게 하나도 없겠다는 생각에 이륙하기도 전에 잠들어버렸다. 그러다가 밥 주는 소리가 나서 비몽사몽 기내식을 먹고, 비어있는 옆자리 테이블에 옮겨둔 채로 다시 잠들었다가 깨어보니 새 기내식을 나눠주고 있었다ㅋㅋㅋㅋ 비행기 안에서 깨어있던 시간이 다 합쳐도 한시간이 안 될 거 같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아 자고 일어나보니 이런 안전키트도 나눠준 것을 발견했다. 매우 의심스럽게 생긴 얇디 얇은 마스크와 손 소독제 두개가 들어있었는데, 난 이미 훌륭한 성능에 디자인도 예쁜 K94 마스크와 향도 좋은 손 소독제를 완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혀 쓸모가 없었다. 

 

 

에어프랑스의 딱 하나 마음에 드는 건 셀프 스낵바가 비행기 중간에 구비되어 있다는 거다. 기내식을 줄 때를 빼면 거의 내내 잠들어있고, 잠에서 깬 후에 불이 다 꺼진 비행기 안에서 물이나 간식을 요청하려고 승무원을 부르는 게 굉장히 부담스러웠는데, 에어프랑스는 간식도 음료도 모두 내가 직접 가져다 먹을 수가 있다! 

 

스낵바에서 치즈샌드위치와 햄샌드위치, 제로콜라를 직접 가져다 먹었다. 옆에는 각종 과자들도 있었고 음료도 종류별로 구비되어 있었다. 

 

 

샤를드골공항

이번에도 역시나 샤를드골 공항에서 경유를 했다. 내리자마자 "Transfer" 라는 글자만 졸졸 따라가면 비행기 탑승구를 알려주는 큰 전광판이 있고, 거기서 내 다음 항공편을 찾으면 Zone과 Gate 를 알 수 있다. 내 zone 에 해당하는 안내판을 또 졸졸 따라가다보면, 보안검색대가 또 나온다..! 비행기 탈 때 보안검색 했는데 환승하면 또 하는구나! 처음 거쳐가는 노선이 아닌데도 또 다 까먹고 당황하고 있었다ㅋㅋ

 

혹시라도 면세품에서 용량이 큰 액체를 샀는데 그걸 이미 쫙쫙 뜯어버렸다면.. 여기서 얄짤없이 다 뺏긴다. 다행히 나는 면세점에서 밀봉해 준 빨간테이프를 안 뜯고 고이 들고있었기 때문에 액체류로 걸리진 않았는데, 이번에도 또 드론과 전자제품때문에 보안검색대에서 짐 해체쇼를 다 하고 검색대를 두번이나 통과해야 했다.. 🥲 그치만 드론은 가져올 가치가 있는걸...

 

보안 검색대를 지나고 나면 입국심사대가 있는데, 미국에서의 입국심사보다는 훨씬 부드럽고 빠른 분위기! 각종 서류 이것저것 있는데 하나도 요청하지 않았고, 그냥 여권만 보고 도장 쾅 하고 끝났다.

 

 

너무 이른 아침시간이라 상점들이 대부분 문을 닫기는 했지만, 분위기를 보아하니 낮에는 대부분 열긴 하는 것 같았다. 3년 전 스위스 EPFL 인턴을 갈 때에도 이 라뒤레를 배경으로 노트북을 펴놓고 성적이의신청을 하고있었는데, 이번에도 같은 자리에서 같은 배경으로 노트북을 펴놓고 있으려니 기분이 참 묘했다. 

 

사실 내가 샤를드골 공항 경유를 좋아하는 건 딱 하나, 이 라뒤레에서 마카롱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라뒤레에서 마카롱을 7개나 샀는데, 개수가 많다 보니 직원이 자꾸 비싼 포장용 박스를 소개해주었다. 박스 필요없고 종이봉투에 주세요ㅜㅜㅜ 했는데도 자꾸 지금 다 먹을거야? 7개를? 하면서 동공지진을 보여주는 직원때문에 조금 곤혹스러웠으나 그래도 먹지도 못하는 예쁘장한 박스따위에 만원이 넘는 돈을 쓸 수는 없었다. 나는 이럴 줄 알고 백팩에 미리 락앤락을 챙겨왔다구!

 

내가 바로 샤를드골 공항 전문가!

 

스위스 제네바 공항에 도착한 후에는 캐리어가 무려 4개니 카트를 반드시 써야 하는데, 2유로/2프랑 짜리 동전을 넣어야만 쓸 수 있다는 정보를 사전에 네이버 블로그 후기들을 통해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 환전을 할 때 동전을 구할수는 없으니, 샤를드골공항에서 어떻게든 동전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럴수가.. 여긴 프랑스라 스위스 프랑을 받질 않았다. 내가 챙겨온 현금은 전부 스위스 프랑이니 이걸 깨서 동전을 만들려던 계획이 처참히 실패ㅜㅜ 어떡해야되나 걱정하다가 에라 뭐 도착하면 방법이 있겠거니 하고 그냥 포기했다. 

 

 

제네바 공항 도착

저 라뒤레 배경으로 노트북을 하다가 시간이 되었을 때 탑승구에 가니 PCR 테스트 결과를 요청했다. 12만원이나 드는 비싼 이 검사 종이를 드디어 써먹을 때가 왔구나..하고 당당히 보여주었다. 탑승구를 지나면 바로 비행기를 타는 줄 알았는데 무슨 버스를 타고 비행기까지 사람이 직접 이동하는 시스템이었다. 비행기 바로 앞에서 버스문을 열어주면, 내려서 비행기까지 걸어가서, 계단을 밟고 비행기에 타는 과정.. 캐리어랑 백팩이 너무 무거워서 계단 올라가다가 죽는 줄 알았다. 

 

샤를드골공항에서 제네바 공항까지는 1시간밖에 안걸리는 짧은 비행이었다. [각주:2] 내린 후에는 따로 PCR 테스트지나 Entry form 을 검사하는 절차도 없었고 [각주:3] 그냥 바로 수하물 찾는 곳으로 연결되었다.

다행히 바로 옆에 편의점 같은 게 있어서, 거기서 거의 5천원이나 하는 물을 한 병 사고 동전을 바꾼 다음에 카트를 이용할 수 있었다. [각주:4]

 

 

힘겹게 카트에 내 짐을 몽땅 싣기는 했는데, 이걸 숙소까지 가져갈 수는 없다. 내가 미리 알아봤던 건 SBB 에서 제공하는 Station-to-station 캐리어 배달 서비스였는데, 제네바 공항의 SBB 오피스에 맡기면 원하는 역의 오피스에서 이틀 후에 픽업을 할 수 있는 서비스다.

 

https://www.sbb.ch/en/station-services/before-your-journey/luggage/luggage/station-to-station.html

 

Station-to-station luggage | SBB

You check your luggage in at selected stations in Switzerland, and collect it from your destination station in Switzerland.

www.sbb.ch

 

나는 Lausanne 역까지 23kg 캐리어 두개를 배달 맡겼고 개당 12 CHF 씩, 24 CHF 을 결제했다.

이제 큰 캐리어 두 개가 사라졌으니 내 손에 남은 건 23kg 캐리어 하나와 작은 캐리어 하나, 그리고 백팩! 힘들긴 하지만 어떻게든 가지고 갈 수 있는 개수가 되었다. 하나 더 맡길까도 생각해봤지만.. 그러면 역에서 집까지 가져올 때 또 고생을 해야하니까 두개씩 나누기로 결정했다.

 

 

숙소까지

숙소까지는 큰 사건없이 다행히 스무스했다. 이미 스위스 기차시스템은 잘 알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3년전에는 기차를 잘못 타는 바람에 개고생을 했었더랬지.. 캐리어를 끌고 들고 기차를 총 세개를 갈아탄 후에 체크인을 하고, 다시 10분 넘게 걸어서 드디어 숙소까지 도착!

 

와 정말 딱 도착해서 침대에 눕는데 쓰러지는 줄 알았다. 날이 좀 쌀쌀해서 그런가 몸도 으슬으슬하니 이러다 몸살이 오겠다 싶어서, 도착하자마자 샤워하고 진통제 먹고 쓰러져 자버렸다.

 

 

번외

이번 숙소에도 웰컴 벌레가 있었다. 도대체 스위스는 왜 창문에 방충망을 안 다는 것일까? 깨끗한 숙소의 저 구석에 중간사이즈의 거미가 한 마리, 쓰레기통 옆에 아주 작은 거미가 한 마리. 아주 작은 거미는 큰 용기를 내 휴지로 잡아 변기통에 버리고 내려버렸지만, 중간 사이즈의 거미는 내가 처리할 수 있는 아이가 아니었다.. 저걸 어찌한담.. 일주일을 그냥 같이 살아야하나..

 

그 와중에 설상가상 방 전등도 안들어온다. 오피스에 메일을 보내니 바로 사람을 보내 고쳐주겠다고 했다. 어..? 내 방에 전등을 고쳐주러 사람이 온다구...? 양 팔에 가득 문신을 한 든든한 백인 남자분이 오셔서 너무너무 친절하게 전등을 갈아 주셨는데, 나가시기 직전에 정말 너무너무 미안하지만 혹시 나의 작은 부탁을 들어줄 수 있을지 물어보았고... 결과는 성공적! 휴지도 없이 손가락으로 거미를 꼬집어서 데리고 나가셨다. 만세!

 

  1. 3년전에 약 세달간 머물렀던 스위스 생활을 통해 얻은 교훈 [본문으로]
  2. 그 와중에도 꿀잠 [본문으로]
  3. 그러고 보니 Entry form 은 어디에서도 검사하지않았다 [본문으로]
  4. 근데 나와보니 동전교환기 있더라 ㅂㄷㅂㄷ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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