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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은 사진이랑 영상이 너무 많아서 미루고 미루다가 드디어 작성하는 스위스 기차투어.

 

스위스 하면 바로 연상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자연 속을 달리는 새빨간 기차다.

스위스에는 골든패스, 빙하특급, 베르니나 익스프레스 이렇게 3대 열차코스가 있는데, 이왕 스위스에서 지내는거, 유명한 기차 코스를 다 클리어해야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오랫동안 고심해서 짠 1박 2일간의 스위스 3대 열차코스 뿌시기!

 

 

0. 계획

 

 

  • 골든패스: 몽트뢰 - 쯔바이침멘-슈피츠
  • 빙하특급: 브리그 - 쿠어 - 생모리츠  (하이라이트: Landwasser Viaduct)
  • 베르니나익스프레스: 생모리츠 - 브루지오 - 티라노 (하이라이트: Brusio Viaduct)

 

PPT 를 이용해 무려 분 단위로 계획을 짰다.

 

로잔에서 출발해서, 골든 패스, 빙하특급, 베르니나 익스프레스를 모두 타는 코스를 마련했고, 그 중에서도 몽트뢰-쯔바이침멘 구간은 파노라믹 열차를, 생모리츠-브루지오 구간은 뚜껑없이 달리는 오픈 파노라믹 열차를 탈 수 있도록 시간을 조정했다. SBB 어플에서 기차의 종류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런 식으로 기차 종류까지 원하는 것을 맞춰 타기 위해 계획에 정말 많은 공을 들였다. 심지어 막차가 끊기기 전까지 숙소가 있는 생모리츠에 도착해야 해서, 하루종일 기차만 타지만 삐끗하면 미아가 될 수 있는.. 매우 빠듯한 코스였다. 

 

브루지오 역은 이 여행을 처음 계획했던 계기가 되는 Brusio Viaduct 라는 원형 철교가 있는 곳으로, 여기에 내려 드론으로 멋진 사진과 영상을 남기는 것도 중요 미션 중 하나. 이렇게 1박2일동안 정말 기차만 타고 달리는 여행 계획이 완성되었다. 

 

 


 

1. 골든패스 라인 (Golden Pass Line)

골든패스라인. 각 사진을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골든패스는 위 세 장의 사진에서 나온 것처럼, 루체른 - 인터라켄 - 쯔바이침멘 - 몽트뢰 구간에 걸친 기차 노선을 의미한다.

 

이 중 나는

몽트뢰 → 쯔바이침멘 →  스피츠 에 걸친 라인을 타고 이번 기차여행을 시작했다. 골든패스구간의 딱 절반에 해당하는 구간이다. 

나머지 절반인 스피츠 → 인터라켄 → 루체른 구간은 어차피 인터라켄이랑 루체른 여행을 가면서 볼 것 같아서, 스피츠에서 끊고 빙하특급으로 연결하는 게 적당할 것 같았다.

 

 

 

몽트뢰 역에 도착하면, 골든패스의 시작을 알리는 MOB 마크가 그려있다. 

 

 

 

일반 기차들과는 달리, 이 노선의 기차들 중 파노라마 기차(Panoramic Train) 은 창문이 모두 큰 통유리로 되어있다. 

보통, 여행에서 기차를 타고 있는 시간은 목적지까지 향하는 이동과정일 뿐이지만, 이번 여행은 기차에 앉아있는 그 순간순간 모두가 그 자체로 여행이고 힐링인 것이 컨셉이다.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차는 S 자로 굽이굽이 언덕을 올라가며 레만호수와 마을을 한눈에 보여준다. 기차 안에서 내려다 보는데도, 창문이 통유리로 뻥 뚫려있어서 탁 트인 모습이 장관이었다. 

 

 

 

 

조금 가다보니 마을과 호수는 사라지고, 스위스의 자연자연한 산과 들판이 펼쳐졌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아침 안개가 자욱히 내려앉은 모습이 판타지 영화같이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다. 가만히 앉아 지나가는 풍경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으면서 압도당하는 기분이 들었는데, 스위스의 대자연 앞에 서면 매번 느끼는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일정을 맞추기 위해 이른 시간부터 나온 탓에, 미리 달걀감자 샌드위치도 만들어서 기차 안에서 아침 겸 점심으로 해결했다. 

기차여행 컨셉 답게 친구랑 나랑 각자 담요까지 챙겨서 기차에서 내내 편하게 덮고 있었다. 진정한 힐링 여행!

 

 

 

쯔바이침멘을 거쳐 슈피츠(Spiez) 에서 내리면, 다음 기차를 타기 전까지 약 15분의 시간이 있었다. 

그 동안 슈피츠역에서 화장실도 가고, 음료수도 한 캔 사고, 역 바로 앞의 풍경을 구경했다. 

그저 다음 기차를 타기 전 거쳐가는 곳일 뿐인데도 너무 예뻤다. 

 

Spiez 역 바로 앞 풍경

 

 

슈피츠 역에서 다시 기차를 갈아타고 30분정도 더 가면, Brig 역이 나온다. 

가는 길에는 이렇게 예쁜 강과 마을이 등장해서 조금전과는 또 다른 새로운 풍경을 보여준다. 

 

 

 

브리그 역에서는 한 시간의 점심과 휴식시간!

역 정말 바로 앞에 있는 Restaurant Augenblick 라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스위스의 식당이 대부분 그렇듯 비싸고 맛은 그저 그랬다.

 

 

 

 


2.  빙하특급

배도 채웠겠다, 바람도 쐬고 걸어다니며 환기도 한 번 했으니, 이번엔 브리그(Brig)에서 디젠티스(Disentis), 쿠어(Chur) 를 거쳐 생모리츠(St.Moritz) 까지 이동하는 빙하특급(Glacier Express) 을 시작한다. 

 

빙하특급 노선

 

빙하특급은 위 사진처럼, 체르마트-비스프-브리그-디젠티스-안데르마트-쿠어-생모리츠에 걸친 기차노선이다.

이 중에서 체르마트~브리그 구간을 빼고, 앞서 소개한 골든패스와 연계해 브리그에서부터 생모리츠 전체구간을 모두 탑승했다. 

 

빙하특급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쿠어와 생모리츠 사이에 있는 Landwasser Viaduct 이다. 

아래 사진들은 아쉽게도 내가 찍은건 아니고, 구글에서 긁어왔다.

 

 

 

정말 호그와트 급행열차가 연상될 정도로 너무 멋진 뷰라서, 드론으로 이걸 직찍해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각주:1] 기차 안에서는 당연히 저 장관을 찍을 수 없고, 가장 가까운 역에서 내려서, 산을 타고 근처까지 간 다음에 드론을 날려야 하는 매우 고달픈 여정이 필요했다.

이걸 추가하게 되면 막차안에 생모리츠까지 도착할 수가 없어서, 애초 계획했던 1박 2일 여행이 2박3일로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이 다리를 직찍하는 건 포기.. 시간도 시간이지만 저 험난한 등산로도 아닌 산을 탈 자신이 없다.

 

 

그래도 빙하특급 라인은 가는 내내 힐링이었다.

 

 

 

 

기차가 도로옆을 바로 달리고, 도로 옆에는 맑은 계곡이 흐르고, 지나가는 오토바이랑 눈마주쳤는데 오토바이 라이더가 손도 흔들어줬다. 

 

 

 

텅 빈 기차, 통유리 창문. 기차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좌우 신나게 구경했다.

 

 

 

시시각각 바뀌는 풍경들이 다 너무 예뻐서 사진이랑 동영상을 정말 많이 찍었다. 

 

 

 

 

 

 

쿠어에서 생 모리츠 구간에서 탄 열차는 이번에 새로 도입된 열차로, 의자 좌석들이 창쪽을 볼 수 있게 배치되어 있고, 각 창문마다 버튼으로 창문을 끝까지 내려버릴 수 있는 신개념 관광열차였다. 

 

 

그리고 대망의 Landwasser Viaduct !!

 

 

엄청 멋있기는 했지만, 어마어마한 사진들을 많이 봐서, 기차에 탄 채로 보는 건 기대한 것 보다는 감흥이 덜했다. 

그래도 앞으로는 저 사진을 보면 내가 보았던 이 순간이 기억날 테니까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3. 생모리츠 도착

긴 긴 여정의 마무리는 생 모리츠. 하루 종일 기차만 타고 스위스의 정 반대편 국경을 넘어 이탈리아까지 와 버렸다. 

 

Petit Stephani 라는 이름의 저렴한 호스텔을 예약했는데, 아마 이 숙소가 Hotel Stephani 라는 4성급 호텔에서 같이 운영하는 호스텔인 것 같았다. 호텔 건물 꼭대기 다락방에 있는, 공용 욕실을 사용하는 좁고 저렴한 방 같은 느낌. 

 

 

그런데 일요일-월요일을 예약해서인지, 아님 생 모리츠는 겨울이 성수기라 그런지 일반 4성급 방으로 업그레이드를 해 줘서..  호스텔 가격으로 욕실이 딸려있는 호텔방을 쓰게 되었다. 만세!

 

호텔 외관
각 층마다 있는 로비
호텔 객실
화장실
발코니
저녁 식사

 

저녁을 먹은 후에는, 해가 진 밤 생모리츠 동네를 구경하고 다녔다.[각주:2]

 

 

 

 

이로서, 로잔에서 시작해 생모리츠까지, 7개의 기차를 갈아타며 이동한 1일차 일정 끝.

 

 

 


4. (2일차) 베르니나 익스프레스

 

호텔에서 잘 씻고, 잘 자고, 푹 쉬고 포함된 조식을 먹었다. 

 

 

이 날도 일정이 빡빡해서, 중간에 식사시간은 커녕 기차 환승을 안놓치고 빠듯하게 갈아타야 하는 강행군이었다.

다행히 호텔 조식이 푸짐해서 배를 잘 채우고 나왔다.

 

 

호텔에서 생 모리츠 역까지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는데, 걸어가는 길마저 너무 예뻤다. 

 

이 날은 베르니나 익스프레스 라인을 타고 생모리츠에서 브루지오 까지 위에 보이는 오픈 파노라믹 열차를 타고 이동한 후, 브루지오에서 내려 Brusio Circular Viaduct 를 드론촬영을 하고, 브루지오에서 다시 티라노까지 이동해 베르니나 익스프레스 전 라인을 클리어 하는 일정이었다. 

 

당시 8월이었는데도 저 뻥 뚫린 오픈 파노라믹 열차가 생각보다 추웠다... 

그래도 아무런 벽이나 창문 없이 바람과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서 진짜 대박 재밌었다.

 

 

 

 

진짜 너무 예쁨....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예쁨....

 

 

별로 빠르지도 않은 칙칙폭폭 코끼리열차같은 기차가 한라산보다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간다. 끝도없이 올라가는데 뒤에 뚜껑도 없이 매달려서 바람을 다 맞으며 그 모든 걸 즐길 수 있다. 

 

 

 

 

 


5. 브루지오 (Brusio)

그렇게 달려 드디어 도착한 브루지오. 이 모든 여행의 시작이었다.

 

바로 이 아래 사진을 찍기 위해서!!

 

 

 

브루지오 역에서 내려서 이 동그란 철교까지 열심히 걸어가고, 기차 올 시간을 미리 맞춰서 구도를 잡아야 했다.

 

드론의 배터리는 세개. 배터리 당 비행가능 시간은 10분. 비행가능시간이 그리 길지 않아서, 미리 뜬 상태로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고, 기차가 도착하기 1-2분 전에 미리 공중에 떠서 구도까지 잡아둬야하는 고난이도의 촬영이었다. 

 

 

빙글 뱅글

 

 

엄청나게 고생했지만, 그래도 찍고 나니 너무 신기하고 뿌듯하다.

 

 

 

 

브루지오 비아덕트 말고 브루지오 역 자체도 너무 예뻤다.

 

스위스를 대표하는 설산과 파란 하늘, 초록초록한 들판, 그리고 빨간 기차까지. 

이 모든 게 한 사진에 담긴, 가장 애정하는 스위스 사진이 이 곳에서 탄생했다. 

 

 

 

사진을 다 찍고 난 후에는 다시 기차를 올라타 티라노로 출발.

 

 

 

티라노로 갈 때, 그리고 티라노에서 다시 돌아올때, 이렇게 총 두 번 이 원형 철교를 기차를 타고 지나갔다.

기차 밖에서 드론으로 한 번, 기차타고 내려가며 한 번, 기차타고 올라가며 한 번.  이 정도면 브루지오 철교는 마스터했다. 

 

 

 

통유리가 인상적인 베르니나 익스프레스.

 

 

티라노는 이탈리아니까, 티라노에서는 젤라또를 하나 사 먹어주었다. 

30분쯤 잠깐 동네 구경도 좀 하고, 7시간 반이 걸려 다시 집까지 돌아왔다. 

 

 

 


1박 2일동안 3대 열차코스를 다 클리어하고 이탈리아까지 찍고 온 미친 기차여행 일정.

막상 여행을 떠나면서도 친구랑 둘이 노답이라고 키득거렸는데, 막상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 여정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1. 그래서 저거 찍으려면 어떻게해야하나 실제로 알아보기까지 했다 [본문으로]
  2. 새삼 내 체력에 감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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